멕시코판 '엄마찾아 3만리' 수만명 美국경 넘어

미국에서 불법 이민자들의 신분 합법화 문제가 최대 이슈인 가운데 미국 내 불법 이민자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간 부모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 접경지를 넘는 어린이들의 숫자가 늘고 있어 또 다른 문제로 떠올랐다.

이른바 멕시코판 '엄마 찾아 3만리'라고 할 수 있는 이 같은 현상은 자국내 경제사정이 좋지 않자 우선 부모들만이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면서 수년째 홀로 남겨진 아이들이 계속 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7일 멕시코 언론이 인용한 미국 국경수비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래 미국-멕시코 접경지를 넘다 억류된 아이들의 수는 약 7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 늘어났다.

일부 아이들은 차량 뒤편에 몰래 숨어 미국 시민 행세를 하며 국경을 넘으려 하고 있고 자전거 튜브 등을 이용해 양국 접경지를 따라 흐르는 리오 그란데 강 '도강(渡江)'을 시도하기도 한다.

어린 아이들이 숨는 곳도 좌석 밑, 조그만 짐 가방, 세탁기, 가스 탱크 등 다양해지고 있어 질식사, 탈수증 등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심지어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애리조나 사막을 며칠에 걸쳐 종단하는 어린이도 있다.

멕시코 당국은 애리조나 사막을 통해 미국으로 가려는 아이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9.11 테러로 접경지 보안 조치가 강화되면서 미국에 정착한 부모들이 멕시코로 돌아가 아이들을 데려오기가 쉽지 않게 되자 밀입국 브로커에게 돈을 지불하고 아이들을 미국으로 밀입국시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캘리포니아 항구 등을 통해 아이들을 밀입국시키기 위한 비용은 최대 2천500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민 전문가들은 미국 의회가 접경지 장벽 확대 설치 등 접경지 보안을 더욱 강화하는 법안을 가결할 경우 어린이 전문 밀입국 브로커 조직이 증가하면서 어린이들의 위험한 국경 넘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연합뉴스 / 김영섭 특파원 200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