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지하철 성범죄…의식캠페인이 시급

자정이 다가오는 시간, 서울지하철 안에는 막차를 타기 위해 허겁지겁 뛰어들어온 승객들로 만원이다.

이런 늦은 시각 서울 지하철 안에는 일에 지친 피곤한 샐러리맨의 모습이 눈에 띄기보다, 숙취로 붉어진 얼굴로 술 냄새며, 고기냄새들을 잔뜩 풍기며 여기저기 휘청거리는 사람들로 진풍경을 이룬다.

“처음에는 술에 취해서 균형을 못 잡아 휘청거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하철이 흔들릴 때마다 몸을 밀착시키며 신체접촉을 시도하더라고요. 주위에는 사람들도 꽤 많았지만 힐끔힐끔 쳐다보기만 할 뿐 도와주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더군요.”

서영은(27, 가명)씨는 지난달 초 야근을 마치고 2호선 지하철 막차에 몸을 실었다. 얼마 후 정차한 역에서는 4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술에 취한 남자가 지하철 안으로 들어와 슬금슬금 옆으로 다가오더니, 몇 정거장 후 지하철 문이 열리자, 팔목을 낚아채 지하철 밖으로 끌어냈다.

서 씨는 “다행히 한쪽 손으로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있어 끌려 내리지는 않았지만, 막차에서 끌려 내려가기라도 했으면 어쩔뻔했나 생각만해도 끔찍하다”며 “그날 이후로 지하철만 타면 주위를 살피는 버릇까지 생겼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경찰에 따르면, 지하철 내 성범죄는 지난 2002년 354건, 2003년 472건, 2004년 504건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범죄를 막기 위해 각 여성단체와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은 객차내 지하철 성추행 추방캠페인 등 많은 대책 마련을 강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하철 내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방송이나, 성범죄가 빈번한 시간대에 CCTV를 운영하는 등 구체적인 예방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성아(28, 가명)씨는 “가장 안전하다는 대중교통에서도 이러한 성범죄가 만연한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최대한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일부 시간대에만 CCTV를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지방경찰청은 지하철수사대를 구성하고,종로3가역 및 이수역 2개소에 형사반을, 사당역, 신도림역, 청량리역 등 14개소에 출장소를 배치해 지하철 범죄 예방에 집중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계경 의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하철 내 성범죄뿐 아니라 모든 성범죄의 발단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정신적 충격과 피해를 입히는지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성범죄가 일어난 후 수습하는 대책이 아닌 예방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범죄 발생시 피해 대처법 등의 홍보나 법적인 규제만으로는 성범죄 추방이 불가능하다”며 “극단적인 종속관계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양성적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의식 캠페인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컬투데이 / 김혜영 기자 200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