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폭행 민간인' 군형법 처벌 가능하나

법률상 처벌가능...군내 신중론 많아

민간인의 평택 미군기지 터 진입을 저지하려던 장병을 폭행한 시위대에게 군형법을 적용, 처벌하는 문제를 놓고 군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임무를 띠고 있는 군인이 백주에 민간인에게 폭행당하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군형법으로라도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에 맞서 민간 형법보다 처벌수위가 높은 군형법을 평시에 민간인에게 들이대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는 것.

군인을 폭행하고 군사시설보호구역에 난입하는 민간인에게 군형법을 적용하는 방안은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의 언급으로 공론화됐다.

윤 장관은 7일 시위대를 막다가 부상한 장병이 입원한 국군수도병원을 위로 방문,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침범해 훼손이나 폭력행위를 할 경우 군형법에 의거해 처벌하는 등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박경서(육군 소장) 미군기지 이전사업단 창설준비단장도 8일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군사시설보호구역 내로 들어오면 군형법을 적용할 것"이라며 이 같은 방침을 확인했다.

미군기지 터에 설치된 철조망을 뚫고 진입하는 민간인은 군형법에 의거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일단 군형법의 '군용시설 등 손괴'(제69조), '초병폭행'(제55.56조)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민간인이라도 군용시설물을 손괴하면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형, 초병폭행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군형법을 적용, 엄정대처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군인을 폭행하는 민간인을 군형법으로 다스리자는 의견이 나온 배경은 민-군 충돌사태가 계속된다면 전체 군인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이로 인한 유.무형의 국방력에 심각한 저해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관측된다.

각목과 죽봉으로 무장한 시위대에게 포위돼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군인의 모습이 매스컴을 통해 실시간 전파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투력의 모체랄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이 나올 수 있겠느냐는 주장이다.

합참에 근무하는 L소령은 "군인을 폭행하는 '투사'는 어느 나라 사람인지 되묻고 싶다"며 "야전부대에 근무하는 동기생들로부터 '너희는 뭐하고 있느냐'는 항변성 전화를 자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군형법 적용에 대한 신중론도 만만치않다.

민간인 시위대의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체포된 민간인을 군형법에 의해 엄격히 처벌하게 되면 그야말로 '불난 곳에 기름 끼얹는 격'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않다.

군 수사기관 관계자는 "군형법에 의해 처벌되는 민간인은 군사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헌병대 구금시설 등에 영치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진위 여부를 떠나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등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실제 병력을 지휘하고 있는 지휘관들은 국방부를 쳐다보면서 '울화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사회 분위기를 무시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며 "일단 개인보호장구를 빨리 지급키로 했으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김귀근 기자 200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