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군대 위해 우리 국민을 폭력으로 쫓아내나

5월 4일 평택 대추리 들녘에서 삶의 터전을 지키겠다는 1000명의 민간인을 상대로 벌어진 경찰과 군인, 용역인력 등 무려 1만4000명의 합동작전은 무지막지하고 무자비한 폭력 그 자체였다.

힘없는 국민을 상대로 전쟁이라도 하자는 이야기인가? 정부는 국익을 위해서라고 한다. 대추리의 사람들은 우리 나라 국민이 아니었던가? 그 국익은 대체 누가 얻는 이익인지 모를 일이다.

지금은 유신 시대도, 5공 시절도 아니다. 그래도 명색이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정부'의 시대다. 이렇게 군사작전하듯 무력을 동원해 주민들을 내몰기 전에 노 대통령이나 윤광웅 국방장관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국민 누구나 대추리 주민이 될 수 있는 무서운 현실

이번 사태를 보니 이제 정부가 보상금 던져주고 나가라고 하면 국민들은 군소리 없이 삶의 터전에서 나가지 않으면 어떤 꼴을 당할 지 잘 보라는 식이다. 정말 무서운 현실이다. 국민 누구나 대추리의 주민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물론 문제의 근원은 우리 땅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다. 현재 평택 기지를 대규모로 넓혀 주둔하게 되는 주한 미군이 자칫 한반도를 국제분쟁에 끌어들여 한반도 평화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우리 생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런 우려에 대한 논의는 아예 무시되고 정부는 민간인에 대해 군사작전을 불사하면서 미국 일정에 맞추기만 급급하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단지 자신의 땅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늙은 대추리 주민들의 소박한 희망을 남의 나라 군대 주둔을 위해 정부가 무지막지하게 짓밟아 버렸다는 데 있다. 그런 과정에서 참여나 대화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자신의 소박한 권리를 주장하는 주민들을 고액 보상금을 노리며 버티는 투기꾼으로 매도했으며, 행정대집행 비용을 부과시키겠다는 협박까지 일삼았다.

정부나 친미언론은 걸핏하면 국익을 들먹인다. 사실 국익이라는 개념은 거의 환상에 가깝다. 국익은 과연 국민의 이익인가, 국가의 이익인가? 국익은 혹시 국민을 억압하고서라도 구현해야 하는 국가기구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대추리에 있는 국민들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짓밟고 들어서는 외국 나라의 군대기지를 우리 국민의 이익으로 볼 수는 없다. 이런 식이라면 '국익'이라는 초월적 가치는 국민의 이익을 억압하는 도구로 자리잡을 것이다.

국민을 억압하면서 국익을 들먹일 수 있나

비록 소수의 국민일지라도 국가 권력이 국민을 억압하면서 국민의 이익을 들먹일 수는 없다. 다수의 국민을 위해 소수의 희생과 양보가 꼭 필요할 경우라도 충분히 대화하고 설득하고 이해시켜 원만하고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게 국익에 합당한 것이다. 정부가 2003년 전북 부안 위도에 주민들의 반대에도 핵폐기장 설치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가 결국 실패한 과정을 되짚어봐야 한다.

평택 대추리 벌판에서 벌어졌던 이번 '작전'으로 참여정부는 그 이름에서 '참여'라는 간판을 내리게 되었다. 국민의 참여나 대화는 없고 오로지 미국과 대화하고, 미국의 정책에 참여해서 이라크 전쟁에 국군도 파병하고, 미국 요구 미리 다 들어주면서 한·미 FTA 추진하고, 장차 한반도 평화에 위협이 될 지도 모르는 평택 주한미군 기지 새로 설치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 힘없는 주민을 몰아내고 있다.

5월 4일 평택 대추리의 국민들은 우리 국민이 아니었다. 이날의 정부도 우리 정부가 아니었다. 다른 나라의 군사기지를 위해 우리 나라의 경찰과 군대를 동원해 쫓아낸 사람들이 어찌 우리 국민이겠으며 그 국민들을 폭력으로 쫓아낸 정부가 어찌 우리 정부이겠는가?

참 서러운 날이다. 우리 국군의 기지 확충을 위해 그런 작전을 벌인 것이었다면 그나마 좀 덜 서러울 것이다. 주한 미군을 위해 우리 국민들을 끝내 폭력으로 몰아낸다면 반드시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오마이뉴스 / 고태진 기자 2006-5-5) 

[칼럼] 평택과 개성, 손잡고 가라

평택에서 개성까지는 130km쯤 된다. 휴전선이 없다면 승용차로 1시간 반 거리다. 결코 멀다고 할 수 없는 이 두 도시에 21세기 한국의 운명이 걸려 있음이 흥미롭다.

평택은 한미 관계의 가늠자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이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한미동맹의 유지, 발전이 가능하다. 실패하면 전혀 새로운 안보환경 속에서 살아갈 각오를 해야 한다. 개성엔 남북 관계의 성패가 달려 있다. 공단 개발이 순조롭지 못하면 상호 의존의 중심축(軸)이 무너지면서 남북이 긴장과 대결로 치달을 수도 있다. 두 곳 모두 성공해야 한다.

평택이 ‘동맹’의 가치라면 개성은 ‘민족’의 가치를 상징한다. 양자의 이성적 결합을 통해서만이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우리에겐 평택도 필요하고 개성도 필요하다. 좌우(左右)를 떠나 누구도 이를 부인하기 어렵다. “미군기지 이전 반대” “미군 철수”를 외치며 평택을 전쟁터로 몰아넣은 사람들은 이 점을 간과했다. ‘평택’이 있음으로 해서 ‘개성’이 존재할 수 있음을 몰랐거나, 알면서도 외면했다.

그들은 평택 미군기지로 인해 우리가 원하지 않은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평택이 미국의 대(對)중국 봉쇄전략의 발진기지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첨단 군(軍) 시대에 미군기지가 평택에 있어야만 발진기지가 되고, 다른 지역에 있으면 발진기지가 안 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동북아시아에 미중 양극화 시대가 올 가능성이 크다면 한미동맹의 새 틀을 짜 놓아야 달라진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미일동맹 강화 방안이 1일 발표됐을 때 다수 국민은 한미동맹의 심화 외엔 대응 수단이 없는 현실에 당혹감을 느꼈다. 죽봉을 휘두르며 ‘평택 사수(死守)’를 외친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무슨 천상(天上)의 방책이라도 있느냐고. ‘진보’를 자처하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엔 그렇게 민감해 하던 사람들이 미일동맹 강화 앞에선 침묵하고 있다.

다시 개성으로 가자.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이자 북에 시장경제의 바람을 불어넣는 전진기지다. 북의 경제 회생에 도움을 줌으로써 미래의 통일비용을 줄이고, 북한을 경제적으로 예속화하려는 중국의 기도에 제동을 걸어야 할 곳이다. 후자가 특히 중요하다.

이대로 가면 북한은 중국의 동북 제4성(省)이 되고 말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의 성공을 통해 ‘협력하고 개방하면 보상이 따른다’는 믿음을 줌으로써 북이 중국에 기대지 않고 더 큰 세상으로 눈을 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미국 예속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북한의 중국 예속화에 대해선 관심조차 갖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어떤 경우에도 개성과 평택은 함께 가야 한다. 한쪽이 너무 앞서가거나 뒤져선 안 된다. 이 두 도시는, 분단국이면서 4강의 틈바구니에 끼인 한국의 처지와 활로(活路)를 상징한다. 계획대로라면 평택엔 2008년까지 용산기지가 옮겨 오고, 개성은 1단계 공단개발 사업이 끝나는 2007년까지 남한의 중소기업 230여 개가 입주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사업의 성격상 시작과 끝이 다 같을 수야 없겠지만 가능하면 보조를 맞춰야 한다. 물리적으로 어렵다면 어느 한쪽이 앞서간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도, 치밀함도 없으니까 미 국무부로부터 “세계는 개성공단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거의 알지 못하며, 미국은 더 많은 것을 알기를 원한다”는 무례에 가까운 말을 듣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한 차례 모욕당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개성공단의 성패는 여기서 생산되는 제품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한국산으로 인정받느냐에 달렸다. 인정받지 못하면 입주할 한국 기업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미국은 이미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앞으로 미국을 어떻게 설득하려는가.

이 격변기에 ‘평택’과 ‘개성’이라는 두 창(窓)을 통해 한미 관계와 남북 관계의 온도를 파악하고 속도를 가늠할 수 있음은 다행이다. 위로는 정책결정자들부터 아래로는 보통사람에 이르기까지 선입견을 갖지 말고 매일 체크했으면 한다.

평택을 보면서 개성을 생각하고, 개성을 보면서 평택을 생각하는 당신의 안목(眼目) 어딘가에 아마 상생(相生)과 윈윈의 길이 있을 것이다.

<이재호 수석논설위원>

(동아일보 2006-5-6) 

평택 시위 관련 37명 영장 청구

대검찰청 공안부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한 행정대집행을 방해하고 폭력시위를 벌인 혐의로 3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그제 대추분교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대추분교를 무단 점거한 채 폭력시위를 벌인 혐의로 210여 명을 형사입건했으며, 주동자 등 3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또, 어제 군에서 설치한 철조망을 훼손하고,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불법시위를 벌인 혐의로 연행한 한총련 대학생 등 백여 명에 대해 대부분 형사입건한다는 방침입니다.

검찰은 앞으로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해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침범하거나, 불법·폭력시위를 할 경우 국가 공권력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정부가 국회 비준과 특별법 제정을 통해 미군 기지 이전을 합법적으로 추진해왔고, 주민들에게도 합리적인 보상을 해왔는데도, 외부 단체와 일부 주민들이 연계해 극력 폭력사태를 야기한 만큼 엄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YTN 김준영 기자 2006-5-6) 

국방부 "장병 자위조치 강구"

국방부는 5일 평택 미군기지 이전 부지에서 시위대가 철조망을 훼손하고 군 장병에게 폭력을 휘두른 데 대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5일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휘두른 각목 등에 맞아 수십 명의 군 장병이 부상당했다"며 "불법 폭력 시위를 법에 따라 강력히 조치하고 필요한 자위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군기지 이전 예정부지에는 현재 군 장병 2700명이 숙영하고 있다. 국방부는 "군.민 간의 충돌을 일으켜 갈등을 조장하려는 시위대의 불법 폭력 사태에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장병들이 더 이상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경서(육군 소장) 국방부 미군기지 이전사업단 창설준비단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다음주부터 측량 등 그동안 미뤄왔던 (기지 이전)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와대와 정부는 5일 평택 미군기지 이전 부지에 대한 군.경의 강제 퇴거 조치와 철조망 설치에 관련된 후속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한명숙 총리는 공휴일인 이날 국방.법무.행자부 장관과 국무조정실장, 경찰청장이 참석한 관계장관 회의에서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항해 폭력 행위를 했을 경우 철저한 조사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한 총리는 "이번 철조망 설치 등의 조치는 일정상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공권력 집행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청와대도 이병완 비서실장 주재로 대책을 논의했다. 이 실장은 "향후 미군 기지 이전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돼 더 이상의 국익 손실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는 기지 이전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고 주민 지원 대책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기관이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관련 부처에 주문하기로 했다.

(중앙일보 / 김민석, 최훈 기자 2006-5-6) 

경찰, 귀가하는 시위대 무차별 연행
(오마이뉴스 2006-5-5) 

화살이 되어 황새울 들녘에 박히고 싶다
(오마이뉴스 2006-5-6) 

"범대위에 놀아난다고? 주민 90%의 뜻
군이 민간인 제압, 지금이 계엄상황인가"

(오마이뉴스 2006-5-6) 

 대추리 이장 우사에 원인 모를 화재
(오마이뉴스 200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