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인종주의 폭력’ 손놨다

“폭행당했다고 신고해도 결국 우리에게 불리할 것이 뻔해서 경찰서에 가지 않아요.”(모스크바에서 러시아 남성 4명에게 맞은 가나 출신의 한 남성)

러시아에서 인종주의적 공격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만큼 러시아 사회의 우경화가 우려된다. 국제앰네스티(AI)의 4일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내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남미 국가 출신자들에 대한 차별과 폭행이 엄청난 속도로 늘고 있지만 러시아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보고서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공부하는 아프리카 학생, 모스크바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카프카스인 등의 피해사례가 담겨 있다. 특히 타지키스탄 어린이가 네오파시스트 갱단의 표적이 된 사례가 있는가 하면 유대인에 대한 공격도 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스킨헤드(머리를 짧게 깎은 극단적 인종주의자)’들이 인종주의 반대론자나 랩, 레게 음악의 팬들까지도 반역자로 규정하며 고통을 준 사례도 있었다.

2005년 당국에 접수된 인종주의 피해 사례만 사망 28명, 부상 366명으로 돼 있다. 정부에 파악된 극단주의 인종주의 단체는 150여개에 이르며 5만여명에 가까운 회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러시아 정부는 이들을 ‘인종주의자’로 규정하지 않고 ‘훌리건주의자(광적인 축구팬)’라는 모호한 명칭으로 분리하면서 이들의 활동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되레 테러 대비 명목으로 비 슬라브계 주민들의 모스크바 진입시 21배나 많은 검문을 하고 있으며 때로 무분별하게 체포하는 사례가 잦다고 AI는 지적했다.

(경향신문 / 손제민 기자 200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