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한·미동맹 정말 ''이상 무'' 맞아?

미국과 일본이 지난 1일 주일미군 재편 계획에 최종 합의하면서 한미동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역시 미국과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에 대해 협의 중인 상황에서 주한미군 기지의 환경오염 치유 문제가 지지부진하며 협상의 발목을 잡아 한미 갈등으로까지 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가 나올 때마다 ‘이상무’라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 이번 주일미군 재편 합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국내 시각에 대해서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3일 내외신 정례 브리핑에서 “과도하고 불필요한 해석이라고 본다”고 말한 뒤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이 아닌 한국이 미국과 협의해서 주도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차단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한미동맹을 우려하는 얘기들이 나온다. 현재 한미 간에는 주한미군 재배치 외에도 방위비 분담협정, 전시작전 통제권 환수, 자유무역협정(FTA) 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위폐와 북핵, 북한 인권, 개성공단 등 북한에 대한 정책과 시각에 한미 간 차이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들이 한미동맹에 이상이 없다는 정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한미 간의 현안들 중 무엇 하나 속시원히 해결된 게 없기 때문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번번이 되풀이되는 똑같은 말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정책과 성과다. 국익과 한미동맹 또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만들기 어렵다는 사실을 국민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 국내 여론 사이에서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서는 국민들의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세계일보 / 장인수 기자 2006-5-4) 

[세계의 창] 서울·워싱턴 포럼이 남긴 것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간 포괄적 대화체인 서울·워싱턴 포럼 첫 회의는 그런대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 같다. 양국의 전·현직 고위 관리와 내로라하는 민간 전문가들이 이틀에 걸쳐 한미 동맹, 북핵 문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 여러 현안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기자는 꼬박 이틀 동안 이 포럼을 지켜보면서 무엇보다 한미 양국이 서로간 인식의 차이를 극복하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미 양측 인사의 다수가 ‘상대방이 우리를 잘못 보고 있다’는 문제 제기를 빼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reality)와 이미지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에도 한미 양측이 서로 이미지를 실제로 혼동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지층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미국 측은 여전히 노 대통령은 반미이고, 청와대는 친북 세력이 잡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토마스 허바드 전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 측이 빌 클린턴 대통령 정부 당시 한국과 상의없이 북한을 공격하려 했다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군 당국이 늘 작전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은 당연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허바드 전 대사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누차 강조했듯이 북한 공격 계획을 한국과 상의없이 실행에 옮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폴 챔벌린은 “평시에 한국군에 대한 작전권은 엄연히 한국군이 갖고 있음에도 한국인들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미군이 한국군의 병력 이동을 허가했다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한미 양측간에는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도 엄존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 참석했던 한 정부 관계자는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가 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보면 주한미군이 한반도가 아니라 태평양 방위만을 위해 주둔한다고 돼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은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위를 위해 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주한미군이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의 작전에 투입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간의 주요 현안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의 차이를 드러내는 사례는 끝이 없이 많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인식의 차이가 양국간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댄 블루멘틀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 등 일부 미국 측 인사들은 한미 동맹관계가 곧 끝장이 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와 이미지를 혼동해 돌이킬 수 없는 잘못된 선택을 하지는 말아야 한다. 한미 관계에 뒤엉켜 있는 여러 현상 중 무엇이 이미지이고 무엇이 실제인지 가려내는 일은 한미 양국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세계일보 / 국기연 특파원 2006-5-5)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제로섬 게임' 아니다 <외교통상부>

미국과 일본이 최근 주일미군 재편 계획에 합의한 것과 관련, 일부 언론들이 동북아에서 한국의 입지가 약화되고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에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이는 주일미군 재편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기우’에 불과하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우선 대부분 언론이 이번 재편 계획을 놓고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일체화(一體化)’가 이뤄졌다는 식의 보도를 했으나, 재편 계획을 잘 살펴보면 일체화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

이번 재편 계획은 무엇보다 미군기지로 인한 일본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의미가 크다. 주민밀집지역인 오키나와에 있는 오덴마 비행장을 2014년까지 슈와브 기지 연안으로 옮기고, 오키나와 주둔 해병대 병력 8,000명 가량을 괌으로 옮기기로 한 내용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미 육군 제1군단사령부를 2008년까지 가나가와현 자마 기지로 옮겨 통합작전사령부로 개편하는 한편, 일본 자위대에 창설할 테러공격 대처 중추부대인 중앙즉응집단사령부도 2012년까지 도쿄 소재 미군 요코다 기지로 옮길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지휘체계를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부지에 양국 부대를 배치시킨다는 개념으로,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연계를 강화한다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여전히 별개의 지휘체계를 갖고 있다는 점은 일체화란 표현이 적절치 않은 이유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연합사령부를 통한 통합 지휘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주일미군 재편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비교했을 때 더 강력한 동맹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이번 합의로 한반도 유사 시에 주일미군의 지원적인 역할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며, 유사 시에는 한국과 미국이 협력해 주도적으로 대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상황이 발생하면 주한미군이 우선적 역할을 하게 되고, 필요에 따라 주일미군이 지원적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주도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번 미일 합의로 한미 동맹이 흔들릴 것이라는 주장은 억지스럽다. 미국과 일본은 냉전 종식 이후 새로운 안보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1990년대 중반부터 주일미군 재편 계획을 추진해 왔고 이번에 하나의 구체적 합의에 도달한 것이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은 제로섬제임이 아니다"


연세대 김기정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은 어느 한 쪽이 좋아지면 한 쪽이 나빠지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니다”며 “미국 입장에서 일본이 동북아의 주요 축이긴 하지만 한국과 동맹을 약화해서는 이익을 확보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가령 미국이 일본과 아무리 동맹을 강화해도 한국이 중국 쪽으로 가게 된다면 동북아에서 미국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물론 우리나라는 주한미군을 비롯한 한미 관계를 ‘재조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것이 동맹 약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는 주한미군 재배치와 전략적 유연성 등 현안에 대해 미국 측과 비교적 원만한 합의를 했으며, 현재는 한미 동맹의 경제적 토대라고 할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외교통상부 민경호 북미3과장은 “한미 동맹을 처음 시작할 땐 국력 차가 엄청났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의 국력이 신장됐으므로 자연스럽게 요구된 절차”라며 “미국 측도 큰 틀에서 재조정해야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일동맹 강화를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 교수는 “미일 동맹은 일본 군국주의를 틀어막는 병마개 역할을 한다”며 “한미 동맹만 지금처럼 계속 유지해간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한ㆍ미ㆍ일 3국 간 대화는 보다 원활히 할 필요가 있다”며 “비록 독도 문제 등으로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지만 동북아 안정을 위한 3국 대화는 다른 차원에서 적극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통상부 200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