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협론' 유럽도 눈 부릅뜬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에 유럽이 합세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무역분쟁에서 인권문제에 이르기까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공조체제를 다져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군사적 라이벌로서 중국의 위협을 느껴온 미국의 시각이 유럽에까지 스며들면서 지난 1년 동안 EU와 중국의 틈새가 벌어졌다.

EU와 미국의 반(反) 중국 공조는 무역 분야에서 눈에 띈다. EU는 3월 미국과 손잡고 수입 자동차 부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EU는 지난해 중국산 섬유제품 수입 쿼터 문제로, 올초에는 중국산 신발에 대한 관세 부과 문제로 중국과 무역 분쟁을 빚었으나 미국과 ‘반 중국’찰떡궁합을 과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10월 미국이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로 중국을 WTO에 제소하려 했을 때 일본과 스위스만 동조했던 것에 비하면 상황이 돌변했다.

신문은 EU의 태도가 급변한 이유로 중국과의 무역적자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면서 위기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EU의 대 중국 무역적자는 미국(2,016억 달러)만큼은 아니지만 전년보다 20% 늘어난 1,000억 유로(1,250억 달러)를 돌파했다.

EU와 미국의 반 중국 공조는 역설적이게도 EU가 미국과 충돌한 대 중국 무기수출 금지조치 완화 움직임을 계기로 탄력을 받고 있다. EU가 중국을 슈퍼 경제대국 이외의 측면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다. 대니얼 프라이드 미 국무부 유럽담당 차관보는 “1년 전보다 유럽과 이해의 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EU는 과거 중국과 어떻게 통상ㆍ투자를 확대할 것인가에 신경을 쏟았으나 이젠 무역뿐 아니라 국방, 에너지, 인권 등 다양한 이슈를 놓고 중국과 대립하고 있다. EU가 지난해말 중국과의 전반적 정책 사안을 다룬 문건을 작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반대도 거셌지만 EU는 대중 무기수출 금지 해제를 연기한 명분으로 중국의 반분열국가법을 내세웠다. 하비에르 솔라냐 EU 대외정책 대표는 무기금수조치가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 유혈 시위진압에 대한 제재성 조치인 만큼 이의 해제는 중국 내 인권 문제와 연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문제를 비평화적 방법을 동원해 풀려는 중국 정부에 대한 EU 내부와 미국의 반대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솔라냐 대표는 지난달 중국에 대해 “국방비와 무기 구입을 숨기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중국의 실제 국방예산을 공식 발표(2006년 2383억 위안)보다 2~3배 많게 잡고 국방비의 투명 공개를 요구하는 미국의 편을 든 것이다.

EU는 또 중국이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의 자원 부국에서 미국과 에너지 확보 쟁탈전을 벌이며 에너지 외교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과거 유럽의 식민지였던 수단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의 권위주의 정권을 지원하는데 대해 비난이 거세다.

(한국일보 / 문향란 기자 200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