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그만 좀 바꿔라”

“大入 또 바꾸다니…” 폭발하는 고2
특목고·강남권 고 1·2 “전학이라도 가야 하나”
‘내신 전쟁’ 재연 걱정도

“시험을 망쳤어. 내신을 50% 이상 반영한다는데 어떻게 하지.”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쳐야 하는 것 아니냐?” “지난번에는 내신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잖아. 도대체 뭐야?”….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배화여고 2학년 교실. 중간고사 마지막 과목인 ‘문학’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교실 곳곳에 모여있다. 얼굴이 한결같이 어둡다. 전날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국·사립대에서 “2008학년 입시에서 내신을 50% 이상 반영하겠다”고 발표하자 한동안 잠잠했던 고2 교실이 다시 뒤숭숭해지고 있다.

안지혜(17)양은 “2008학년 입시제도가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내신으로 간다고 했다가 아니라고 했다가 다시 중요하다니 갈피를 못 잡겠다”고 말했다. 서정아(17)양은 “어제는 내신이 중요하다고 발표했지만 7월 대학별 발표 때는 또 논술과 면접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 아니냐”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지은(17)양은 “내신성적 좋은 학생이 있고 수능점수 좋은 학생이 있는데 모든 전형에서 내신비율을 높인다면 수능으로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내신 실패를 만회할 ‘패자부활’의 길이 봉쇄됐다는 불만이다.

내신성적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 강남지역 고 1~2학생들의 불만은 더 컸다. 자녀가 외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씨는 “전학을 시켜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며 “교육부가 대학에 쓸데없는 지시를 하지 말고 제발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남의 인문계고 2학년 김모(17)군은 “학교 간 성적 차는 분명히 있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나타냈고, 은광여고 최모(17)양은 “강남지역 학력이 높은데 모든 학교 내신을 똑같은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딸이 외국어고에 재학 중인 김모씨는 “어제 발표가 내년 입시까지 유지된다는 보장만 있으면 그대로 공부를 시키겠지만 입시안은 또 바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에서 이랬다 저랬다 하니 솔직히 ‘양치기 소년’이란 느낌이 든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내신의 실질 반영률이 높아질 것이냐’에 대해서는 학교나 학생 모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대원외고 김일형 교감은 “대학이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할 것으로 믿고 있다. 외고 학생들은 국제화 전형이나 글로벌 리더전형에 지원하면 된다고 지도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 안석배, 주완중 기자 200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