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민주주의는 유가와 반비례"

기름값이 올라가면 산유국의 민주주의는 후퇴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뉴욕 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이며 세계화 이론가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이 같은 내용의 '석유정치(Petropolitcs)의 법칙'을 내놨다. 법칙의 핵심은 국제 유가와 산유국의 민주주의가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외교 전문지인 포린폴리시(FP) 5~6월호 기고문을 통해서다.

그는 우선 "소련 체제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린 1991년 12월 25일의 국제유가는 배럴당 17달러에 불과했다"며 "소련을 무너뜨린 것은 로널드 레이건이 아니라 저유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나이지리아.베네수엘라의 사례가 자신의 법칙과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란의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6~20달러이던 97년만 하더라도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조용히 정치.경제 민주화를 추구했다. 대외적으론 미국과의 대화도 추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유가가 급등하면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 핵 개발 시도는 물론 "이스라엘을 없애버리겠다"는 강경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프리드먼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연간 360억 달러에 이르는 석유 자금을 믿고 이란의 경제 자유화를 최소 10년 후퇴시켰다"고 주장했다.

나이지리아의 올루세군 오바산조 대통령은 유가가 낮았던 99년까지는 '인권 대통령'이었다. 당시 오바산조는 정치범을 석방했으며 언론 자유를 보장하고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섰다. 그러나 유가가 60달러를 웃도는 요즘 그는 국회의원들을 매수해 대통령직 종신화를 위한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예정됐던 선거도 무기한 연기했다.

(중앙일보 / 최원기 기자 200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