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자녀 살인범, 사형집행 2년후 무죄

세 자녀를 방화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집행된 살인범에 대한 재수사 결과 그릇된 증거였음이 드러나는 등 텍사스주에서 화재 사건의 과학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뉴욕 벤저민 코르도소 법대의 `결백 프로젝트'팀은 전문가들을 동원해 2004년 2월 사형이 집행된 카메론 윌링엄 사건을 전면 재검토한 결과 세 자녀를 살해했다는 당시 증거는 과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다는 보고서를 텍사스 법의학과학위원회에 제출했다.

윌링엄 피의자는 1991년 텍사스주 코르시카나에서 살고 있던중 아내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나간 사이 잠들었다가 2살난 딸의 도와달라는 외침에 깨어났으나 이미 집안은 짙은 연기가 가득차 있었고 결국 딸과 1살짜리 쌍둥이 아들 등 세자녀가 모두 숨진채 혼자 살아남았었다.

당시 화재분석 전문가들은 심하게 탄 지점과 덜 탄 지점을 비교, 액체 촉매에 의한 것으로 결론지으면서 휘발유를 이용한 방화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무죄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윌링엄 피의자는 "나는 결백하다. 어떤 죄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외치면서 독극물 주사를 맞고 숨을 거뒀다.

무료로 자원봉사한 전문가들을 이끌고 재수사를 지휘한 존 렌티니 국제화재수사협회 전 회장은 "당시 수사팀은 방화의 증거라고 교육받은 지표들의 해석에 의존해 결론을 내렸지만 이제는 다른 여러 방법으로도 똑같은 패턴이 나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는 등 그런 증거들이 과학적으로 쓸모없는 것임이 드러났다"면서 "윌링엄씨가 결백했다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화재수사팀에서 의문을 제기했던 제럴드 허스트씨는 "이 사건을 독자적으로 수사하면서 윌링엄 가족과 접촉했으며 방화가 아닌 것으로 결론지었지만 내가 만든 보고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이런 비과학적 수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결백 프로젝트'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으면서 이번 리포트를 주도한 배리 셰크 변호사는 "이제 우리는 결백한 사람이 사형됐다는 과학적 증거를 갖게 됐다"면서 "방화 혐의로 구금되는 용의자가 가장 많은 텍사스주의 법의학과학위원회는 화재 사건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렌티니 전 회장은 "이 리포트가 방화사건 수사와 관련한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를 바란다"면서 "나 역시 30여년간 화재 수사 일선에서 일하면서 사실이 아니라고 드러난 많은 것들을 믿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 장익상 특파원 200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