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왜 중국의 발전을 불안해 하나

한 중국인 교수가 보는 '한국인의 중국관'

"한국인들은 어째서 중국의 '굴기(굴<山+屈起)'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는가."

중국 푸단(復旦)대학 미국연구센터의 왕이웨이(王義의<木+危>) 교수는 2일자 봉황위성TV 인터넷판에 실린 이런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중국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인식 속에 편견과 오해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왕 교수는 중국인의 열정이 한국인의 냉대로 돌아오는 것에 대해 많은 중국인들이 답답해 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중국의 발전을 불안해 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했다.

먼저 '고구려사건'에 대한 기억과 역사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꼽았다.

그는 양국이 조공(朝貢)에 대해 이해를 달리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고구려를 중국의 소수민족이 세운 왕조로 보는 반면 한국은 이를 한민족의 뿌리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고구려와 발해를 한민족이 그대로 계승했다고 보지만 중국은 이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왕 교수는 이어 한국의 민족주의는 왕왕 '네 것'과 '내 것'을 강조하면서 "북한은 '우리 것'인데 '중국의 것'이 되려 한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인들은 중국이 북한의 군사동맹국으로 북한 정권이 붕괴하면 중국의 수중에 떨어지게 된다고 생각면서 중국이 북한 투자를 확대해 중국 의존도를 높게 하는 것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북한을 '동북 제4성(省)'으로 만들려 한다거나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남북통일에 장애가 되며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원치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반공의식이 빚어낸 편견도 중국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편견과 오해가 한국인들로 하여금 중국에 대해 회의와 불안을 심어주고 있으며, 중국의 '굴기'가 아시아 대륙의 패권 추구로 이어져 한민족이 안전에 위협을 받게 될까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불안이 민족분단과 냉전체제 하에 있는 한국의 상황과 관련이 있다 해도 본질적으로는 서방의 체계로 동방의 역사를 해석하고 현대로부터 고대를 이해하려는 시공(時空)에 대한 인식상 착오에서 온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중국이 수백차례 한반도를 침략했다고 말하는 것을 고대 동방의 국제상황에 대한 공간적 곡해로, 1895년 갑오전쟁을 '청.일전쟁'이라고 하고 뒤이은 항일전쟁을 '중.일전쟁'이라고 하는 것은 시간적 착오의 사례로 들었다.

원(元)의 고려 침공을 '몽골인'의 침입으로 표현하는 것도 한국인의 역사인식 논리 속에 청(淸)과 원을 중국의 왕조로 인정하지 않고 한(漢)족만을 중국으로 보는 시각이 잠재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내심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중화민족의 개념을 인정하지 않는 이면에는 서방의 영향도 있지만 한국인이 중국의 조선족이 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한국의 대학에서 방문교수로 재직한 바 있는 왕 교수는 중국이 어떻게 한국인을 안심시키고 한국인들은 어떻게 중국의 '굴기'를 자신감 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한.중관계의 장기적 안정과 발전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박기성 특파원 200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