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 수입 재개, 생명담보 ‘국익’ 없다”

정부가 미국에서 광우병 양성판정이 난 소의 나이를 8살 이상으로 최종 결론 내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절차를 밟기로 한 가운데, 수의사들이 농림부의 결정을 정면으로 반박해 관심을 끌고 있다.

“앨라배마 광우병 소 나이 확인 불가능하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이하 수의사연대)’는 26일 “현재 과학적으로 앨라배마 광우병(BSE) 감염 소의 정확한 나이를 입증하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이런 경우 입증 책임은 미국 정부에 있는 것이 상식인데 농림부가 입증책임까지 떠맡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수의사연대는 특히 농림부의 치열을 이용한 소의 나이 추정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수의사연대는 “영구치가 발생한 이후의 나이는 앞니의 저작면을 보고 판단하지만 객관적 판별기준이 없어 과학적으로 인정받기 힘들다”며 “특히 영구치가 다 나온 60개월령 이상의 소는 간접적인 연령 측정방법인 치열조사만으로는 나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수의사연대는 “소의 정확한 나이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출생기록이 필요하다”며 “미국 앨라배마 주에서 발생한 광우병(BSE) 감염 소는 출생기록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수의사연대는 “미국은 전통적으로 생축 통계를 낼 때 연령에 따라 분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아마 광우병 감염 소의 출생 이력을 증명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의사연대는 “비과학적인 농림부의 주장은 과학적 원칙에 입각한 조사를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절차’를 위한 요식행위로 전락시켜 버렸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며 ▲소의 해부학을 전공한 교수와 현장에서 소의 나이를 수십년간 감별한 전문가, 그리고 광우병을 담당하는 정부관계자의 실명 ▲미국측에서 보낸 앨라배마 광우병(BSE) 감염 소 관련 자료 등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아무런 조치 없이 국민 생명과 안전 포기했다”

한편, 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도 26일 성명을 통해 “한국정부는 누구에게 도움이 될 지 알 수 없는 한·미 FTA를 위해 비상식적인 이유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건연합은 “광우병 소의 출생기록도 없을 뿐더러 광우병이 어떻게 발병돼 다른 소로 감염됐는지에 대한 역학조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며 “이 두 가지 사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시키거나 최소한 추가자료를 요구하여 수입을 잠정 중단시킬 수 있는 명백한 근거”라고 주장했다.

보건연합은 또 “현재 검역체계로는 미국산 수입쇠고기가 광우병에 걸려있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더욱이 미국정부는 한미 FTA의 또 하나의 요구로 동식물 검역에 대한 조치를 간소화하거나 완화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보건연합은 “결국 국민들을 광우병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그 어떤 조치도 정부는 마련하고 있지 않은 셈”이라면서 “국민의 생명을 팔아 얻을 수 있는 ‘국익’은 없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한·미 FTA 중단을 주장했다.

(경향신문 / 이성희 기자 2006-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