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 中, 日극우-일반대중 차별화 전략 필요

중국과 일본의 지속적인 정치적 긴장과 대립은 국제정치의 주요 관심사다.

중국은 현재 매우 빠르게 일어서고 있다. 일본도 어떤 의미에서 상당히 빠르게 일어서고 있다.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군사력을 가진 강국이 되고자 한다.

인접한 두 나라가 이처럼 우뚝 일어서게 되면 본질적으로 긴장과 불안정이 유발된다. 중국은 일본의 침략에 대한 역사적 기억이 뚜렷이 남아 있다. 특히 일본은 최근 역사인식 문제에서 점차 퇴보해 주변국의 분노를 사고 있다. 우경화와 함께 민족주의가 일면서 과거를 왜곡하고 애써 잊으려 한다.

중-일 양국은 정치적인 면에서나 전략상 냉전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국의 정치관계는 마치 ‘제로섬게임’처럼 보인다. 장기적이고 심각한 교착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계속 고집한다. 신사 참배 문제는 이제 중-일 대결의 ‘주전장(主戰場)’이다.

양국은 이를 커다란 상징성과 실질적 의미를 가진 문제로 인식한다. 따라서 양국 모두 처음 자세를 끝까지 유지하려 한다. 결국 적의와 의심만 격화된다.

중-일 긴장이 지속되면 충돌이 일어나거나 장기간의 냉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 중-일 관계의 끊임없는 악화는 동아시아의 안정에 중대한 위협을 줄 수 있다.

현재 절실히 필요한 것은 먼저 긴장을 완화하고 대립을 유발하는 동력(動力)을 억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양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안정의 토대 위에서 중대한 분쟁의 처리 원칙을 명확히 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양국은 중대한 분쟁거리를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바꾸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또 중요한 것은 중-일 관계의 기본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즉 역사 분쟁이나 전략적 대립, 외교관계와 경제 상호의존문제는 각각 구분해 특정 영역의 위기가 다른 곳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최근 1년 사이 일본 정부가 한국의 대일 강경자세를 유발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중국은 끊임없는 일본 정부의 대결 자세에 맞서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하고 나아가 일본을 ‘극복’해야 한다. 일어서는 중국의 존재를 일본이 결국 수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최근 1년간 대일 강경정책을 지속한 결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 되려던 일본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일본 지도자의 지속적인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광범위한 국제적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일본이 중국과 대립함으로써 국제정치와 외교에서 고립되는 상황은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일본 내 여론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중국의 대일 전략과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중-일 대립 요인을 억제하여 궁극적으로는 일본을 극복하는 것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양자 간 평형과 조율이다.

또 하나는 중-일 관계가 아무리 악화되더라도 반드시 이성적이고 단계적인 ‘차별화’ 전략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차별화 전략이란 일본의 일부 극우 지도자와 합리적인 다수 대중을 분리해 대응하는 것이다.

중국은 일본 민중이 납득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을 통해 일본인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중국이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이를 통해 ‘일본에 적의를 가진 강대한 중국’이란 이미지에서 일본인이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장기적인 측면에서 떠오른 중국의 존재를 받아들이도록 일본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동아일보 2006-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