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 막강권한 "국회의원보다 나은자리"

5ㆍ31 지방선거가 가까워 오면서 기초자치단체장에 출마하려는 인사와 정당의 공천권을 가진 사람들 간의 은밀한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최락도 전 민주당 의원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왜 이렇게 부정한 방법까지 동원해 기초단체장을 하려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일단 당선만 되면 백 몇 가지가 바뀐다더라’는 말이 돌 정도로 기초단체장은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가장 큰 권한은 인사와 예산권이다. 적게는 329명(경북 울릉군)에서 많게는 2,300명 이상(경기 수원시 성남시 등) 되는 공무원의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최고 수천억원의 예산을 집행한다.

광역자치단체나 중앙정부와 협의해야 하는 인사도 있지만 대부분은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한다. 승진인사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다가 사법처리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부단체장이 인사위원장이 돼 단체장의 전횡을 견제하는 장치도 있지만 별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일부 지역에선 실무자가 아예 ‘단체장의 뜻’이라며 부단체장의 사인을 요구, 공식라인을 무력화하기도 한다.

예산 역시 아무리 적은 곳이라도 임의로 쓸 수 있는 재량사업비가 연간 수십억원은 된다. 여기에 보이지 않게 각종 공사 발주 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보니 각종 관급공사와 관련한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기초단체장의 연봉도 인구에 따라 6,542만여원에서 8,000만원선으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 연간 수억원에 이르는 판공비와 운전기사가 딸린 관용차, 2∼4명의 비서진을 사용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전직 국회의원이 기초단체장을 욕심 내는 일이 다반사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3선 제한으로 현직 기초단체장이 출마하지 못하는 곳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한나라당 공천이 곧 당선과 마찬가지로 인식되는 영남권의 경우 경북 23개 시ㆍ군의 평균 경쟁률이 4.6대1, 경남이 3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면서 곳곳에서 잡음이 생기고 있다.

경북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한 현직군수는 선거비용 충당을 이유로 관내 건설업자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가 최근 돌려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민주당 아성인 광주ㆍ전남도 비슷하다.

경북지역 한나라당 관계자는 “기초단체장은 하기에 따라 선거비용도 모두 만회할 수 있어 공천헌금이 5억원 이상이라는 설이 파다하다”고 털어 놓았다.

(한국일보 / 김종구 기자 2006-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