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은 짝수·일렬로 정리돼야…' 강박증 초기(?)

얼마 전, 세계적인 축구선수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주장 데이비드 베컴은 영국의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심한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베컴은 평소 모든 물건은 짝수를 이루거나 일렬로 세워져야 하고, 모든 잡지와 광고지를 서랍 속에 넣고 정리해야만 안정을 취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강박증은 영화 ‘이보다 더 좋은 순 없다'와 ‘더 팬' 등의 영화에서 소개될 정도로, 사람마다 그 정도와 증상만 다를 뿐 우리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을지대학병원 정신과 정범석 교수의 도움말로 강박증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강박증 심하면 생활에 심각한 지장

강박증적인 생각이나 행동은 사실 누구나 조금씩은 갖고 있다.

자기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들은 항상 제 위치에 있어야 안심이 되고, 손을 하루에 열 번 이상 자주 씻어야 마음이 놓이게 되며, 욕실에서는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떨어져 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수건은 가지런히 놓여있어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식의 행동 등이 강박증적인 사고의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의 강박증은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약이 될 수 있지만, 그 정도가 심하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줄 수 있어 간과해서는 안 될 정신질환 중의 하나다.

전체 인구의 2~3%가 시달리고 있다는 강박증은 자신이 떠올리고 싶지 않은 특정한 생각이나, 하고 싶지 않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장애를 말한다.

이로 인해 원하지 않는 생각과 끊임없이 싸워야 하고,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심한 불안감을 갖게 된다.

이러한 강박 사고나 강박 행동은 이중에서 한 가지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나 두 가지 모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원인은, 뇌의 신경 전달 물질의 불균형

강박증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설득력이 있는 원인으로는 ‘안와전두엽’(눈 바로 위쪽에 있는 뇌)에서 ‘기저핵’(뇌의 깊은 부분)으로 이어지는 뇌 신경회로의 이상에 있다.

또한 강박증은 스트레스가 자체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가족 일원의 사망, 이혼, 퇴직, 출산 등의 스트레스 상황이 발생하면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강박증은 보통 초등학교 입학 전.후에서 서서히 발병하게 되며,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에 최고조에 달하고 증세가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게 된다. 성별 발생비율에서는 흔히 남자보다 여자가 강박증에 더 많이 걸릴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별다른 차이는 없다.

치료방법에는 행동적 치료와 약물치료

강박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굳은 결심이 중요하다. 강박사고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대부분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다소 과장되어 있는 걱정에 몰두하게 되며, 강박적 행동을 통해서 불안을 줄이려고 한다.

사실 강박증 환자들이 빠른 시간 내에 안도감을 되찾기 위해 강박행동에 반복적으로 빠져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결국 일상생활에 큰 지장만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강박행동이 불안감을 감소시키는 유일한 방법이 결코 아님을 분명히 인식하고 강박사고를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재조명할 수 있는 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새로운 대처방식을 습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방법으로 강박적인 생각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속으로 “합!”하고 외치거나, 손뼉을 살짝 치는 등 자신만이 의식할 수 있는 행동을 정해 취하거나, 더러운 것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경우 아예 더러운 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노출시키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에는 자신만의 의식이 또 다른 증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고, 불안한 상황에 노출시키는 것으로 매우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는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강박사고에 의해 꼭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으로 옮기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끝까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강박적인 사고에 의해 더럽지도 않은 손을 과하게 자주 닦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경우, 설사 손이 더러운 것이 묻었다 하더라도 닦지 않았을 경우 발생 될 수 있는 문제점은 불쾌하다는 느낌 외에는 별다른 건강상의 문제가 없다는 것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정범석 교수는 “강박증은 강박사고에 저항하지 않고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약 먹고 치료받으면 되지’라는 식의 생각이 강박증상의 치료에 도움된다”고 조언한다. 행동치료 이외에도 약물 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이용된다.

약물치료는 대뇌의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재흡수 되는 것을 막는 약제가 이용되는데, 이 약물의 효과로 증상의 상당한 호전을 볼 수 있으나 약물을 중단하는 경우 재발의 위험이 아주 높아 장기적인 약물의 투여가 필요하다.

매우 심한 경우에는 신경절단술이나 전기자극수술 등 수술적 치료가 이용되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에 최후에 해 볼 수 있는 치료이다.

강박증 자가진단 테스트
1, 평소 화를 잘 낸다.
2. 하루에 손을 10번 이상 씻는다.
3. 물건은 항상 제자리에 놓여있어야 안심이 된다.
4. 불길한 색깔이나 숫자를 피한다.
5. 하루 종일 졸리고 잠이 온다.
6. 배가 자주 아프다.
7. 괜히 가슴이 답답하다.
8. 갑자기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9. 한참 후의 일을 미리 걱정한다.
10. 자신의 몸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사람 만나기가 꺼려진다.
11. 질병이나 신체적 질환에 대해 의심이 많다.
12. 주위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반복해 확인한다.
13. 같은 일을 여러 번 반복한다.
14. 등교나 출근시 무언가 빠뜨리고 집을 나선 것 같아 불안하다.
15. 경적이나 종소리에 깜짝 놀란다.


- 0~3개 : 지극히 정상적이다.
- 4~7개 : 걱정할 단계는 아니며, 약간 예민해져 있는 상태다.
- 8개 이상 : 강박증 증상이 의심되며, 병원 찾아 상담을 받는 게 좋다.



대덕넷=을지대학병원 정신과 정범석 교수

(CBS 노컷뉴스 2006-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