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사라진 베이징… 숨도 쉬기 힘들다

‘황사 비명’ 중국 대륙, 연일 ‘사천바오 경보’ 허민 특파원 현장보고서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엔 4월 봄철에도 눈이 내린다.

중국 기상당국이 이른바 사천바오(沙塵暴, 모래폭풍) 경보를 내린 지난 11일 밤 베이징 샤오윈루(宵雲路)의 한 식당가 앞. 강풍에 실려 눈발이 내리기 시작했다. 얼굴과 손등에 떨어져 눈이 녹은 자리엔 얼룩이 선명했다. ‘모래눈’이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과 사천바오가 만들어낸 4월의 눈, 온몸이 오싹해졌다.

◈ 대륙을 덮친 4월의 모래폭풍 = 지난주말과 이번주초 베이징에선 해를 구경할 수가 없었다. 사무실이 위치한 왕징위엔(望京園) 고층 건물의 바로 앞, 바로 옆 동도 보이지 않았다.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지만 12층 아래 공간을 볼 수가 없다. 어느덧 숨을 멎게 할 것 같은 기운이 몰려왔다. 창문에 매달려 있다 보니, 흙탕물 급류에 휩쓸린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정오의 혼탁한 거리, 잿빛 하늘, 쉴 새 없이 불어닥치는 모래폭풍, 정말 숨쉬는 게 괴로웠다.

다음날 중국 언론들은 일제히 “사천바오가 대륙을 덮쳤다”고 비명을 질러댔다. 일상사가 됐을 법도 한 황사가 이제는 중국인 들에게도 두려움이 되고 있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판은 황사, 아니 사천바오 특집기획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베이징과 인근의 대도시 톈진(天津) 거리는 졸지에 인적이 끊겼고, 형형색색의 천으로 얼굴 전체를 뒤집어쓴 여성들이 드문드문 거리를 다녔다. 한 신문에는 네이멍구(內蒙古) 초원지대에서 방목중인 양들에게까지 검은 천으로 만든 마스크를 뒤집어씌운 사진이 실렸다.

13일 신화통신은 고비사막을 지나다 사천바오를 만나 33시간 가량 사투를 벌인 열차와 승객 얘기를 크게 다뤘다. 초속 40m의 강풍을 동반한 황사를 만난 열차의 유리창 220여장이 모두 박살 나고 주먹만한 돌멩이와 모래가 소나기처럼 날아들었다고 한다.

창문 옆에 앉았던 승객 일부는 거센 바람에 복도까지 날려갔다.

베이징시(西)역에 겨우 도착한 열차는 객실 안에 발목까지 황사가 덮였고, 쓸어낸 모래만 30드럼분이나 됐다.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위구르자치구 등 중국 북서부지역에서는 초속 50m에 달하는 강풍까지 몰아닥치면서 7일 이후 10명 이상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실크로드의 도시인 신장 투루판(吐魯蕃 )과 하미(哈密) 지역에는 지난 10일 한때 초속 51m에 달하는 강풍이 몰아치면서 황사 회오리가 일었다. 버스와 열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실크로드 관광에 나선 2000여명의 중국인과 외국인 관광객의 발이 한때 묶였다.

◈ 베이징도 사막이 된다 = 황사를 일으키는 원인은 중국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맹렬히 확대되는 사막화현상이다. 베이징 당국은 최근 2008년 올림픽에 대비해 녹지대 건설 등으로 사막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베이징 북쪽 250㎞ 지점에 있는 사막이 남진을 계속하고 있어 20~30년이 지나면 베이징이 모래에 묻힐 것 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임업국(한국의 산림청)측은 “중국의 사막화 속도가 1994년 연평균 2460㎢에서 현재는 연평균 3436㎢로 늘어나는 등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마다 우리나라 제주도 면적의 2배 가까운 땅이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현재 중국 대륙에서 사막으로 바뀐 땅은 모두 262만㎢로 한반도 면적의 12배에 달한다. 위성촬영 결과 네이멍구와 산시(山西)·산시(陝西)·칭하이(靑海)성, 신장웨이우얼자치구 및 닝샤(寧夏)회족자치구 등 북부와 서부 지방에서 사막화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중국 전 국토의 20% 가까이, 몽골은 50% 가량이 사막화됐다. 타클라마칸·바다인자단·텐겔·오르도스·고비 등 사막지역, 만주, 황허(黃河) 중류의 황토지대 등이 그렇다. 간쑤(甘肅)성과 네이멍구 동부에 걸쳐있는 텅그리 사막은 우리나라 황사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곳이다. 또 네이멍구 남부의 마오우수·구부치사막도 영향권 내에 있다. 내버려두면 중국은 전 국토의 50%, 몽골은 90%가 사막화한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문화일보 / 허민 특파원 2006-4-15)

반도체 등에 치명적 韓·日 천문학적 피해

중국의 황사로 비상이 걸린 나라는 중국뿐만이 아니다. 매년 봄, 특히 4월이면 한국과 일본에서도 난리가 난다. 황사가 중국의 하늘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올봄에 여러차례 한국에서는 중국 황사의 위력을 실감했다.

공중에 떠 있게 된 먼지들은 서풍을 타고 한국으로 이동한다. 발원지의 저기압에 의한 강한 상승기류, 강력한 편서풍, 그리고 한국 상공에 배치된 고기압 등은 한국에 황사를 만들어내는 ‘3박자 기후조건’이다. 한국에 떨어지는 황사는 하루 전, 길게는 약 5일 전에 중국과 몽골 등 황사 발원지에서 떠오른 것이다. 가까운 것은 만주(거리 약 500㎞), 먼 것은 타클라마칸사막(거리 약 5000㎞)에서 날아온다.

황사 알갱이의 크기는 발원지에 따라 다르다. 1~1000㎛의 입자를 통칭해서 모래(sand)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1~10㎛ 크기의 입자는 먼지(dust)라 부른다. 한국과 일본에서 관측되는 황사의 크기는 약 1~10㎛이므로 더 정확하게는 ‘황진(黃塵)’이라는 이름이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발원지에서 배출되는 황사량 100 가운데 50 정도가 한국이나 일본지역으로 날아온다. 황사는 태평양도 건넌다. 북태평양으로 유입되는 황사는 총량이 2000만t에 달한다고 한다.

황사의 피해규모는 파악하기조차 힘들다. 중국 임업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사막화 현상에 따른 직간접적인 경제적 피해 규모는 연간 약 500억달러(약 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과 한국, 일본 등 인접국의 인적 물적 피해를 더하면 천문학적인 규모가 될 것이다. 황사는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반도체나 모니터 등을 만드는 공장에 먼지가 날아들면 심각한 불량이 발생한다.

황사 대책은 한마디로 사막을 ‘녹색지대’로 바꾸는 이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 중국은 몽골 등과 함께 녹색장성(綠色長城)을 쌓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각국의 환경 전문가들은 “황사가 사막화로 인해서 생기는 현상인 만큼 가장 좋은 방법은 나무를 많이 심어서 사막화를 줄이고 바람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문화일보 / 허민 특파원 2006-4-15)

日선 ‘고사’ 세계적으론 ‘아시아 먼지’ 라 불러

황사의 모든 것

황사는 어떻게 생성되나. 황사는 왜 봄에 발생할까. 황사엔 어떤 종류가 있을까. 봄의 불청객, 황사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 황사란 무엇이며 어떤 종류가 있나

황사는 중국 북부의 건조한 사막과 황토지대에서 모래나 점토가 강한 바람에 의하여 고공으로 넓게 퍼져 하늘에 떠다니다가 상층의 편서풍에 의해서 남서쪽으로 운반돼 하강하는 물질이다. 중국에서는 시정과 강도에 따라 모래폭풍(沙塵暴, sand storm)-양사(揚沙, blowing sand)-푸천(浮塵, floating dust) 등으로 구분한다. 한국에서는 통칭 ‘황사’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고사(高沙)’, 세계적으로는 ‘아시아먼지(asian dust)’라 부른다.

◈ 황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황사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먼지를 부양시킬 수 있는 저기압 등 상승기류가 있어야 하고 ▲황사 발원지의 강수량이 적고 증발이 잘 돼야 하며 ▲풍속이 강해야 하는 것 등의 기후적 특성이 충족돼야 한다. 또한, 봄철 해빙기에 토양이 잘 부서져 부유하기 적당한 20㎛ 이하 크기의 먼지가 다량 배출되도록 지표면에 식물이 거의 없어야 한다.

◈ 황사는 왜 중국에서 발생해 한국으로 올까

중국은 유라시아 대륙의 중부에 있어 서고 동저의 지형 특성을 갖는다. 동부는 계절풍지역이며 서북은 건조지역이자 한랭지역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특히 서북지역에 광대하게 펼쳐진 사막은 황사 발생의 최적조건을 만들어낸다. 토양이 메마른데다 발달한 저기압과 강풍 및 편서풍이 있어 일단 부양된 모래먼지를 서쪽으로 보내기가 쉬워진다.

◈ 왜 봄철에 발생할까

겨울철에 얼어 붙어있던 흙이 녹은 뒤 건조한 날씨로 황사가 발생하기에 최적 조건을 제공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특히 황사의 고향인 중국 북서부 유라시아대륙의 중심부는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어 건조하며, 강수량이 적고 증발이 잘 되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 1년 동안 내리는 강수량은 보통 400㎜ 이하다.

(문화일보 / 허민 특파원 2006-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