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과도한 정치논리가 합리적 논의 망쳐” <국정브리핑>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에 대해 언론은 어떤 인식을 갖고,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가. 학자들은 언론들이 양극화의 본질을 외면한 채 기득권 수호와 정치적 시각에서 이 문제를 ‘도구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월간 ‘신문과 방송’ 4월호는 ‘양극화와 언론보도’ 특집을 통해 △빈부격차 △부동산 △교육 △한미 FTA 등 4가지 주제별로 전문가의 분석내용을 실었다.

[빈부격차] 논의 자체를 ‘기득권 공격’ 간주…일부 언론 불편한 심기 노골화
          
-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양극화연구팀 부연구위원 -

양극화에 대한 언급 자체를 기피하는 경향이 지면 위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몇 가지 논조로 요약된다. △ 양극화는 존재하나 현 정부의 책임이라는 주장 △ 정부가 양극화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주장 △ 아예 양극화는 없다는 주장 등이다.
이 가운데 양극화가 현 정부 책임이라는 주장은 ‘1998년 실업률 급등의 책임이 DJ정부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DJ정부 집권기였던 1998년에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에 달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 원인은 YS 정부 말기에 발발한 경제위기 때문이었다.
양극화의 해소 자체가 부자들에게 무엇을 빼앗자는 논의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몇몇 기사와 칼럼들은 기득권층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한다.
양극화 문제를 정부가 정략적 이유로 들고 나왔는지 필자는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하지만 양극화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란 점은 안다.
정부의 정치적 의도를 파헤치고 만천하에 알린다고 해서 양극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양극화란 용어가 갖는 정치적 부담감을 우려하기 전에, 재분배정책이나 사회보장정책의 확대 가능성을 견제하기에 앞서, 우리 언론에게는 이미 존재하는 양극화를 그대로 보려는 솔직한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

[부동산] 8·31 대책 국회통과 한달만에 무용론 제기
          - 엄창옥 상주대 비즈니스경제학과 교수 -

지금 한국사회의 양극화 문제의 핵심에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자리잡고 있다. 참여정부는 3년 사이에 20여 차례나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쏟아냈다. 그 결정판이 ‘8·31부동산종합대책’일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은 W자를 그리며 연일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고 보수언론들은 정책의 약발이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과연 8·31정책의 약발이 떨어져서 도루묵이 되었을까?
이런 비판이 언론에 게재된 것이 2006년 1, 2월경이니까 8·31대책이 정책입법으로 국회를 통과한 지 1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서부터 정책 무용론이 나온 셈이다.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귀신이 아니면 뚫지 못할’ 촘촘한 규제망을 피해가면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극대화 하도록 유도하는 보수언론의 보도방향은 국민정서와 너무나 먼 거리에 있다.
언론 역시 부동산 및 건설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는 아니다. 서울의 유력한 신문에서부터 지방의 영세한 신문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광고가 신문사의 중요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광고의 20% 이상이 부동산 광고라는 분석도 있다.
신문은 0.02의 미세한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도 있으면 ‘보합세’가 아니라 ‘지속적인 상승세’라고 제목을 뽑곤 한다.
그것이 아파트분양 광고주의 요구에 부합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집값이 오를 테니 지금 분양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식의 뉘앙스를 가지는 기사를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언론이 중립적인 부동산 기사를 유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교육] 조·중·동-방송 3사 확연한 입장 차이
         -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교육) -

교육 양극화와 관련, 각 신문과 방송의 보도태도는 상당히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 SBS, KBS, MBC 등 지상파 방송 3사와 한겨레는 교육 양극화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양극화 실태를 자세하게 보도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이와는 반대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교육 양극화 실태에 대해 아예 기사화하지 않거나 정부 및 여당 차원의 양극화 논의에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양극화의 원인 및 처방에 대한 시각도 각 언론마다 뚜렷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었다. 양극화 원인으로 정부는 기존의 성장정책 하에 감추어진 교육을 통한 가난의 대물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3대 주요 신문의 경우에는 교육은 결과의 평등을 보장하기보다는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이며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차이는 선진국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도하고 있다.
언론은 교육의 양극화 문제를 자신의 입장에서 일시적으로 유리하게 전개하는 것에만 집중했지, 교육 양극화의 본질에 제대로 접근해서 보도하는 데는 실패했다.

[한미 FTA] 흔들어 대던 대통령에게 돌연 ‘강력한 리더십’ 요구
          -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

대다수 주류언론의 FTA 보도의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첫째, 사실에 대한 확인과 엄밀한 과학적 분석보다는 ‘보수적 직관’ 내지 ‘인상’이 지배한다. 득실에 대한 정확한 추론보다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화법이 동원된다.
둘째, 국책연구소의 시뮬레이션 보고서를 마치 ‘사실’인양 인용한다.
셋째, 매우 흥미롭게도 거의 예외없이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한다. 그 이른바 리더십을 가장 앞장 서 흔들어 왔던 전례로 봐 매우 ‘전향적인(?)’ 변화 양상이다.
넷째, “한미 FTA 체결=한미동맹 강화”론이 등장하였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한미 FTA 결렬=한미동맹 파탄”이 된다. 새로운 대국민 협박 카드의 출현인 셈이다.

(국정브리핑 2006-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