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라인, 한·미 FTA에 관여했나 안했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과 관련, 참여정부 외교·안보라인의 관여 여부를 두고 정부 고위인사들의 진술이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

한·미 FTA는 경제 현안이지만 '중국 포위론'으로 귀결될 수 있는 등 외교·안보적인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관련 라인에서 충분히 검토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외교·안보라인의 참여가 없었다면 '졸속 추진' 의혹은 더욱 증폭될 수 밖에 없다.

엇갈리는 진술

김종훈 통상교섭본부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는 12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경제정책수석실, 경제보좌관실, 외교보좌관실은 물론 국가안전보장회(NSC)의 사무처에도 한·미 FTA 추진과정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정부측 인사가 한·미 FTA 추진과정을 NSC에 보고했다고 밝힌 것은 김 수석대표가 처음이다.

하지만 김 수석대표의 발언은 지난 6일 기자들을 만난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의 진술과 배치된다. 이 당국자는 "NSC에서 한·미 FTA를 논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외교·안보관련 장관들 간의 협의와 논의는 있었다"며 그 시점에 대해선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작년에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외교부 내부에서는 한·미 FTA는 경제적인 현안이기 때문에 외교·안보 분야가 관여할 틈이 없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도 지난달 3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외교안보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안보문제 등과 관련돼 한·미 FTA가 추진되지 않았다"며 "내가 추적해봤는데 NSC의 개입 흔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비서관은 "한·미 FTA에 관련해서 통상교섭본부하고 NSC가 단 한번도 회의를 하지 않았다"며 "그냥 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안보 요인 고려없이 한·미 FTA 추진?

이렇게 정부의 전·현직 인사들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몇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먼저 NSC를 제외한 채 한·미 FTA에 대한 외교·안보관련 장관들 간의 논의와 협의가 있을 수 있느냐다(당시 NSC 사무처장은 이종석 현 통일부장관이다). 즉, 모든 외교·안보관련 핵심현안은 NSC에서 통합·조정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NSC를 배제한 채 외교부장관·국방부장관·통일부장관 등이 한·미 FTA에 대해 협의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또 정권 출범 직후 동북아균형자론을 내세운 참여정부가 '중국 포위론'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제동맹'에 해당하는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외교·안보적 요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부가 정말 외교·안보적 요인에 대한 고려도 하지 않고 순전히 경제적 요인만 가지고 한·미 FTA를 추진했다면 '졸속 추진'의 전형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한편 김종훈 수석대표는 국책연구소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무역수지 전망치 은폐·조작 의혹에 대해 "정치권이 몰아붙이니까 연구원이 당황해서 악수를 둔 게 아닌가 싶다"며 "무역협정 효과와 관련된 전망치가 여러가지여서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있어 재경부에서 곧 체계적으로 정리해 발표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오마이뉴스 / 구영식 기자 2006-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