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체결하면 한국은 식민지"

"한미 FTA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이대로 협정이 체결되면 노무현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무능한 대통령, 참여정부는 경제와 문화를 팔아먹은 정부로 역사적 낙인이 찍힐 것이다."

김성훈 상지대 총장(전 농림부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다름 아닌 지난 2월 협상개시가 선언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이다.

김 총장은 <오마이뉴스>와의 단독인터뷰에서 "한미 FTA는 한국을 미국의 51번째 주나 경제식민지로 만드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한국 농업의 경쟁력은 절반으로 줄어들고 국토는 난개발로 엉망이 될 것"이라며 "무엇을 반대급부로 얻었기에 이렇게 졸속으로 추진하냐"고 질타했다.

김 총장은 "지난해 부시 정권은 9개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지만 이중 '제대로 된 나라'와 맺은 건 하나도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한국이 먼저 FTA를 제안했다"고 조소했다.

특히 김 총장은 "한미 FTA와 관련해 공청회 한번 제대로 했나, '선대책 후협상' 원칙을 지켰냐"고 따지며 "미국의 신속무역치리법(TPA) 일정에 맞춰 협상 개시를 선언한 한국 정부는 부시정권 부하인가"고 성토했다.

아울러 김 총장은 "노 대통령은 껍질만 한국 사람이고 알맹이는 미국사람인 사대주의자의 말만 듣나"며 한미 FTA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진지하게 경청하기를 촉구했다. 특히 그는 "한미 FTA는 언론플레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졸속 추진을 강하게 비난했다.

김 총장은 "협상개시가 선언됐으니 우리가 얻을 것과 마지노선을 정해 미국에게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이게 안 되면 협상결렬을 선언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 총장과의 일문일답.

"무엇을 반대급부로 얻었기에 이렇게 졸속으로 급하게 추진하나"

- 한 칼럼에서 "한미 FTA는 노무현의 자살골"이라고 비판했는데.

"지난해 부시 정권은 아홉 개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해당국가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속된 표현으로 이 중 '제대로 된 나라'와 맺은 건 하나도 없다. 미국이 5년 동안이나 공을 들여온 남미 국가들은 조건부 취소를 해버렸다. 지난해 남미 35개국 정상들이 모여 '미국 농산물 보조금 191억 달러를 취소 않으면 자유무역협정은 않겠다'고 선언해 버린 것이다. 이에 앞서 영세중립국인 스위스도 미국이 농업시장 개방을 요구하니까 협상 결렬을 선언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한국이 먼저 미국에 FTA를 제안했다. 농업은 절반이 날라갈 판이고, 교육·의료·법률 등 서비스산업에서 피해가 속출할 것이 뻔한데…. 정태인 전 비서관이 좋은 말 했더라. '(한미 FTA를) 이 안에 못하면 정권이 날아가고, 그 안에 하면 한국 경제가 날아갈 것이다'고. 난 한미 FTA는 노무현 정권의 자살골이라고 규정한다."

- 정부는 실보다는 득이 많다고 주장한다.

"대외경제연구원의 한 박사는 한 달 사이에 긍정적인 효과를 4~5배나 부풀리더라. 처음엔 '국내총생산(GDP) 1.99% 증가하고 신규 고용이 0.63% 증가한다'더니 한 달 뒤엔 'GDP 7.75% 증가하고, 신규 고용이 3.3% 증가한다'고 하더라.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대신 농촌경제연구원의 한 박사는 '농업 부문에서만 2조원의 소득이 감소하고, 10만 명의 고용이 감소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현행 관세율은 자동차 2.5%, 전자 2.0%, 섬유 5~10%, 기계 1.9%다. 이게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0%가 된다는 것인데 사실상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는 섬유뿐이다. 그러나 한국의 섬유산업은 이미 망한 수준이고 중국과 동남아에 비해 경쟁력을 잃었다.

정부는 도대체 언제 어떤 사전조사를 했기에 실보다 득이 많다고 주장하는가. 공청회 한번 제대로 했나. '선대책 후협상' 원칙을 지켰나. 미국의 신속무역치리법(TPA) 일정에 맞춰 협상 개시를 선언한 한국 정부는 부시정권 부하인가. 무엇을 반대급부로 얻었기에 이렇게 졸속으로 급하게 추진하나. 한미 FTA에 대해 찬성하는 단체는 경제 5단체뿐이다. 국민 절대 다수가 반대하고 있는데 '이해관계' '반대단체'를 운운하나.

어떤 반대급부가 있건 간에 한미 FTA는 미국 51번째 주가 돼서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와 관계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또한 한국 농업의 경쟁력은 절반으로 줄어들고, 국토는 난개발로 엉망이 될 것이다."

"한미 FTA 체결되면 노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무능한 대통령"

 
▲ 김 총장은 "협상 결렬선언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2006 오마이뉴스 남소연
- 정부 내 졸속추진의 주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98년 한덕수 부총리가 통상교섭본부장을 할 때 한미 투자협정(BIT) 논의가 있었다. 그 때 미국은 스크린쿼터 축소 혹은 폐지, 쌀 수입개방, 쇠고기 수입자유화 등을 선행조건으로 제시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FTA 체결의 4대 선행조건 중 세 가지를 그 때도 제시한 것이다.

그 때 각료들이 한 부총리에게 '당신 어느 나라 각료냐, 통상교섭하랬지 미국 주장 중계하랬냐, 교섭본부가 아니라 중계본부'라고 핀잔을 줘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런 경험을 가진 한 부총리가 자기 무덤이 될 제안을 먼저 하진 않았을 것이다. 더 큰 힘이 작용했다."

- 노무현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인가.

"한미 FTA는 무관세 적용에 그치지 않고 경제운용의 틀과 제도를 확 바꾸는 것이다. 한국을 미국의 51번째로 만드는 것이고 경제식민지로 만드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한미 FTA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이대로 협정이 체결되면 노무현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무능한 대통령, 참여정부는 경제와 문화를 팔아먹은 정부로 역사적 낙인이 찍힐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구제금융 위기 극복,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한반도 평화정착 등 찬란한 업적을 남기고도 자식 관리 잘못한 거 하나 때문에 업적이 반감되고 있다. 그런데 한미 FTA는 이것의 몇천배가 넘는 역사적 오류로 남을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정권재창출에 성공한다 해도 역사는 이 정권이 가슴에 정책은 없고 정략만 있었던 정권으로 기록할 것이다."

- 현실적으로 이미 협상은 시작된 거 아닌가. 대안은 없나.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간절히 호소한다. 협상개시가 선언됐으니 우리가 얻을 것과 마지노선을 정해 미국에게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이게 안 되면 협상결렬을 선언해라.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 덧붙여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노무현 정부를 위해 충고하겠다. 제발 얘기 좀 들어라. 대통령은 껍질만 한국 사람이고 알맹이는 미국사람인 사대주의자의 말만 듣나. 반대하는 이들의 얘기와 주장을 제대로 들은 적 있나. 한미FTA는 언론플레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가경제의 사생이 걸린 문제다. 이렇게 졸속으로 추진할 만큼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오마이뉴스 / 이주빈 기자 2006-4-10)

[칼럼] 노무현 정부의 '自殺골'

지난달 ‘군사작전’을 펴듯 단 하루 만에 뚝딱 해치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선언에 대해 개시일자가 다가올수록 각계각층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그중에도 얼마 전까지 참여정부의 핵심 참모이었던 분들의 항명성 쓴소리는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보통 사람들의 옷깃마저 여미게 하는 처절한 우국충정이 스며 있다. 한ㆍ미 FTA 협상을 졸속 추진 말고 신중히 하시오!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새 일거리를 만들지 말고 시작했던 개혁안들이나 잘 마무리 하시오! 정부 주장대로 앞으로 10개월 안에 한ㆍ미 FTA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정권이 날아가고 그 안에 마무리하면 한국 경제가 날아갈 것이라는 고언(苦言)들이 그러하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국내 이해단체의 저항 때문에 (한ㆍ미 자유무역협정이) 못 가는 일은 절대로 없도록 하자”는 입장에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그토록 저주해 마지않던 보수 언론들의 고무성 보도에 힘을 받은 것인가. 마지못해 한ㆍ미 FTA를 지지하고 나선 요즘 밀월 관계의 경제단체 대표들이 고마워서 인가, 아무튼 국민의 75.6%가 반대하는 여론(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조사)에도 불구하고 미국 신속무역처리법(TPA) 일정에 맞추어 속전속결할 기세이다.

문제는 한ㆍ미 FTA가 장차 우리나라 정치ㆍ경제ㆍ사회ㆍ교육ㆍ문화ㆍ법률ㆍ서비스산업ㆍ농업 등 전분야에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변화를 가져올 부정적 파괴력에 비해 예상되는 국가적 이익은 추상적이고 희미하다는 사실이다.

이익이 크다는 연구 발표가 있기는 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외경제연구원의 한 박사님이 처음에는 한ㆍ미 FTA가 우리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1.99%, 신규 고용 창출 0.63%, 후생 수준 1.73%를 개선할 것이라는 수치를 지난 2월2일 무산된 공청회에서 제시했다.

그러나 이것이 웬일인가. 그 한달 뒤인 3월3일에는 ‘그 연구원의 그 박사님’이 또 다른 세미나에서 한ㆍ미 FTA 체결로 실질 GDP가 7.75% 증가하고, 신규 고용이 3.3% 증가하며, 국민 후생이 6.99% 개선된다고 수정 발표했다. 한달 새에 긍정적인 효과가 4~5배나 부풀려졌다. ‘뻥튀기’ 연구 발표도 유분수이지, 황우석의 줄기세포 사건은 아예 약과(藥果)에 불과하다.

천하가 다 아는 한ㆍ미 FTA의 부정적 효과는 정부 공식기관으로는 유일하게 농촌경제연구원의 한 박사에 의해 ‘조심에 소심성’마저 가미한 그나마 농업 부문에만 국한한 ‘2조원 소득 감소에 10만명 고용 감소’라는 최소치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을 뿐이다.

그리고 미국이 ‘국민의 정부’ 초기 한ㆍ미투자협정(BIT)의 선행 조건으로 내세웠던 스크린쿼터 축소 폐지, 쌀과 쇠고기 수입 완전 개방 외에 이번에 추가로 요구한 듯한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완화와 수입의약품값 인하 중단 등 4대 선결 조건의 과감한 수락에 따른 부정적 효과만 막연히 알려지고 있다.

다른 분야에서 일어날 천문학적인 부정적 효과는 워낙 전광석화처럼 FTA 협상 선언이 발표되는 바람에 미처 연구 조사가 돼 있지 않다. 다만 경제산업 분야에서 예상되는 손익계산서는 자동차ㆍ전자산업ㆍ섬유의류 등의 수출 증대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이제 한창 경쟁력을 갖기 시작한 기계ㆍ석유화학ㆍ의약품, 그리고 미국 자동차 수입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는 정도이다.

실제 미국의 현행 관세율은 자동차가 2.5%, 전자 분야가 2.0%, 섬유의류는 5~10%인 데 비해 기계류는 1.9%에 불과하다. 섬유의류는 중국 및 동남아산의 저가 공세로 이미 경쟁력을 잃은 상태이다. 마찬가지로 중소기업 제품도 경쟁력을 잃고 도산 직전이거나 북한 진출 외에는 활로가 없다.

개성공단 제품마저 국산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FTA는 ‘캠플’주사 효과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의회 발표처럼 농축산업 분야는 그 총생산액의 근 절반에 해당하는 8조원가량이 미국산으로 대체돼 농업ㆍ농촌ㆍ농민의 장래는 ‘쑥대밭화’할 전망이다. 하물며 교육ㆍ문화ㆍ의료ㆍ법률ㆍ서비스산업 분야 등 지식산업에 미칠 타격은 현재로서는 추측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한ㆍ미 FTA는 노무현 정부의 ‘자살(自殺)골’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널리, 짙게 퍼져가고 있다. 오죽했으면 정태인 비서관이 ‘대패착’이라고까지 말했을까. 대통령 스스로 정의한 ‘좌파 신자유주의’란 국정이라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신호는 왼쪽으로 보내고 핸들은 오른쪽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다. 이번만은 만약 10년 후 나라 운명이 절단 났을 때 ‘남의 탓’을 않고 내가 책임지겠다는 국정 운영에 대한 자신감과 실사구시적 신념이 절실한 때이다.

<김성훈 상지대 총장·경실련 공동대표>

(서울경제 200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