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뿌리는 중국

남태평양·아시아國에 경제지원 앞세워 영향력 강화
원자바오 銀彈외교에 놀라 대만 천총통 7월 맞불순방

중국의 ‘금전 외교’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를 ‘은탄(銀彈·금전)외교’라고 부른다. 경제지원을 앞세워 외교관계를 강화하는 소위 ‘은탄 외교’는 과거 대만외교의 상징이었으나 이제는 중국이 같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금전 외교’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최근 아시아 순방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호주, 피지, 뉴질랜드를 거쳐 캄보디아에 도착한 원 총리는 8일 캄보디아에 경제 원조와 차관 명목으로 6억달러(약 5800억원)를 지원키로 했다.

캄보디아에 대한 중국의 경제지원은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상징하고 있다고 AP 등 외신들이 분석했다. 훈센 총리는 중국의 경제지원 약속 이후 “중국은 가장 믿을 만한 친구”라고 호응했다. 중국은 과거 10년간 캄보디아에 수백만 달러를 지원해왔으나 이번엔 한꺼번에 거액을 건네 달라진 국력을 과시했다.

원 총리는 앞서 호주에서는 우라늄 수입 계약을, 뉴질랜드에서는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일정을 발표하면서 외교 관계를 강화했다. 중국 경제력에 놀란 호주와 뉴질랜드는 최근 대중 관계를 급속히 강화하고 있다.

‘금전 외교’의 압권은 피지 방문. 지난 5일 원 총리가 중국 총리로는 처음으로 남태평양의 피지를 방문했을 때, 피지는 물론 중국과 수교한 주변 도서국가 8개국(피지 포함) 총리와 장관들이 모여 원 총리를 환영했다. 반면 대만과 수교한 키리바시 등 6개국은 아예 초청도 받지 못했다. 원 총리는 이 자리에서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에 3년간 3억7500만달러(약 3500억원)의 우대차관 제공을 약속했다. 또 이들 국가의 채무를 탕감해주고 이 지역 상품의 수입 관세도 면제해주기로 했다.

이 밖에 바누아투에는 항공기 제공을, 파푸아뉴기니엔 대형 경기장 건설 지원을 약속했다. 나아가 대만과 접촉을 피하는 국가는 우대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은 지난해 10월 세네갈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자 “근 10년간 세네갈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입했는데 모두 허사가 됐다”며 탄식했다. 천 총통은 오는 7월 남태평양 수교국들을 방문, 맞불을 놓을 작정이다.

중국의 금전외교는 아시아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중남미에도 전방위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외교적 포위망을 뚫는 한편 제3세계 우군들로 역포위 작전을 시도하고 있다. 독재정권을 지원한다는 국제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빈곤국 지도자들을 베이징(北京)으로 불러들여 물량 공세를 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선일보 / 여시동 기자 2006-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