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권측에서조차 딴 소리 나오는 한·미 FTA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무리하게 추진해선 안된다는 신중론이 열린우리당 안에서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경제 관련 제도와 규범을 획기적으로 바꾸게 될 한·미 FTA를 시한을 정해놓고 내년 6월까지 최종 타결하겠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한·미 FTA가 결국 당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당략적 접근법이 엿보이지만, 집권여당 안에서 뒤늦게나마 한·미 FTA 신중론이 나오는 것만 해도 고무적인 일이다.

마침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최근 인터넷 매체들과의 잇단 인터뷰에서 한·미 FTA가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폭로해 파장을 낳은 바 있다. 그는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한·미 FTA 협상을 직거래하고 있다” “한·미 FTA는 미국 자본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것으로, 체결되면 경제가 망하고, 안 되면 정치가 망한다” “한·미 FTA는 임기 내에 업적을 남기려는 대통령의 조급증 때문에 시작된 한건주의”라며 노대통령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그의 발언 중에는 특정인을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공격한다는 느낌을 주거나,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많이 있다. 그러나 한·미 FTA가 지금 왜 문제가 되는지, 또 그것이 앞으로 어떤 문제를 파생시킬지에 관한 그의 인식에는 주의깊게 들여다볼 대목이 적지 않다.

FTA, FTA 하지만 한·미 FTA는 과거 칠레와 맺었던 FTA에 견줄 바가 아니다. 한·미 FTA는 농업문제를 넘어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 전체를 담보로 한 국제협약이다. 정전비서관의 말마따나 법안 하나를 만드는 데도 몇 개월씩 걸리는데, 법안 수십개를 만드는 거나 마찬가지인 한·미 FTA를 1년 남짓 사이에 최종 타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정부는 왜 집권측 안에서조차 한·미 FTA에 딴죽을 거는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경향신문 200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