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 받는 000학생!"

지원대상 학생들 상처받지 않게 세심한 배려 필요

기초생활수급자인 할머니와 어렵게 살고 있는 대전시내 A고등학교 1학년 B(16)군은 요즘 학교 다니기가 싫어졌다.

최근 신학기를 맞아 학교측에서 무료급식대상자를 파악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반 친구들에게 공개해 마음의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공개과정도 B군의 마음을 더욱 쓰리게 했다.

담당교사가 관련 서류가 미비하다며 무료급식을 받으려면 제대로 알아서 서류를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며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B군을 다른 무료급식대상자와 함께 호명해 수치심을 준 것. B군은 “중학교때는 3년동안 무료급식을 받으면서도 선생님의 세심한 배려로 반 친구들도 내 집안 사정을 몰랐다”며 “가난도 서러운데 이제 친구들이 나의 형편을 다 알게 돼 왕따당할 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B군의 할머니는 “그동안 우리 손주가 가난한 형편에도 공부를 열심히 해 얼마나 고마웠는 지 모른다”며 “그런데 입학한 고등학교에서 자신의 환경이 친구들에게 드러났다고 나를 붙잡고 엉엉울며 무료급식을 받지 않으면 안되냐고 하길래 아무 말도 못해줬다”고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무료급식을 받는 빈곤결손 가정 아이들이 학교측의 무신경으로 신분이 노출돼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 학생들을 더욱 보듬어줘야 할 교사가 오히려 이들 결손가정 아이들을 두 번 울리고 있는 것이다.

가난도 서러운데 왕따 걱정

일선 학교현장에선 B군처럼 학교측의 무관심으로 무료급식 지원대상 학생이 노출돼 상처입는 사연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대책대전지역본부 관계자는 “신학기를 맞아 무료급식대상 학생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학교측의 세심하지 못한 부분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는 학생의 상담이 많아지고 있다”며 “특히 사춘기의 민감한 나이에 있는 학생들은 수치심으로 인해 삐뚤어진 성격을 가질 수 있어 학교측의 보다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고 충고했다.

이에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 일선학교에 무료급식 지원대상 학생 선정과정에서 해당 학생이 노출되지 않도록 지시했으나 제대로 안된 것 같다”며 “향후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의 협력을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시교육청은 올해 39억6100만원을 본예산에 확보해 기초생활수급자 자녀, 지자체의 석식지원대상 학생, 복지시설수용학생, 모·부자 가정자녀, 소년·소녀가장 등에게 등 1만1022명의 초·중·고 학생에게 무료급식지원에 나서고 있다.

(중도일보 / 김덕기 기자 200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