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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또 불거진 재경부 책임론
정부에 참여했던 개혁성향의 학자들이라면 빼놓지 않는 얘기가 있다. “경제 관료, 특히 재경부 관료들이 개혁을 가로막는다.” 김대중 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태동씨는 재경부의 반(反)개혁성을 여러 차례 공개 비판했고, 참여정부의 핵심 포스트를 맡았던 이정우ㆍ이동걸씨 역시 비슷한
취지로 ‘경제관료의 벽’을 언급한 바 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의 비판도 다르지 않다. 정씨는
한 인터넷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재경부를 적나라한 직설화법으로 비난했다. ‘경제논리에 약한
386핵심들을 재경부 관료들이 구워삶았고, 개혁그룹은 하나 둘 밀려나게 됐고, 그 결과 청와대는 지금 재경부에 포위되어 버렸고, 한미 FTA를
쫓기든 시작하게 된 것도 결국은 이런 맥락이고….’
재경부를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 정씨의 주장 중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아무리 막강한 재경부라도 경제를 ‘농단(壟斷)’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개혁적 학자그룹의 조기퇴장은 직업관료의 견제 탓도 있지만,
스스로의 책임도 크다. 일부에선 ‘패자의 독설’로 폄하하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한두 명도 아니고 거의 모든 비(非)재경부,
비관료 출신 인사들이 똑같은 얘기를 한다면 최소한 절반은 진실일 것이다. 사감(私感)이나 편견으로 흘려 넘겨선 안된다. 혹시 ‘경제의 최종책임은
우리가 진다’는 생각에 남의 얘기는 무책임한 소음 정도로 여기지는 않았는지, 정부에 참여한 학자 출신들을 ‘아마추어 과객(過客)’시하며,
‘경제는 프로인 우리가 맡아야 한다’는 오만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경제를 철학 없는 정책 테크닉으로만 접근하지는 않는지… 재경부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국일보 / 이성철 기자 2006-4-7)
<사설> ‘숨은 실세’가 전하는 386 秘線조직의 행태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렸던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이 여러 인터넷 매체와의 잇단 인터뷰를 통해 노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결정에 얽힌 뒷얘기를 전하고 있다. 우리는 노 대통령의 중요한 정책 결정 과정에 청와대 안팎의 386실세들로 형성된
‘비선(秘線)조직’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언급한 대목을 범상히 봐넘길 수 없다.
정 전 비서관은 FTA 결정은 ‘삼성 로비에 놀아난 재경부’ 때문 이라며 “이정우(전 청와대 정책실장) 선생과 저하고 도저히 막 을 수
없었고, 그런 로비와 압력이 다 386들을 통해서 올라온다 ”고 말했다. 국정 운영과 관련한 중요 정책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시스템이 아니라
비선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단면을 비춰주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특정인이 주도하는 거냐”는 질문에 “다예요, 다”라고 말해 386
실세들의 국정 개입이 집단적이고 또 현재진행형이라고 털어놓다시피 했다.
물론 정 전 비서관이 청와대 근무시절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사항들을 정권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공개하는 것은 공직을 맡았던 인사로서의
도덕성 차원에서 지탄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문제 와는 별도 차원에서 ‘숨은 실세’였던 그의 증언을 통해 386 실세에 의한 비정상적 국정
운영 행태들이 지적되고 있으니 사실이라면 여간 충격적이지 않다. 그는 ‘대통령의 사람’을 자임해온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의 개입을 숨기지
않았으며, 안희정씨도 실명으로 거론했다. “이정우 실장을 마지막으로 개혁파는 모두 쫓겨났다”고 언급한 대목은 386들이 국정 개입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인사권에까지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짚어보게 하기에 충분하다. 청와대내 몇몇 386실세들이 노 대통령이 아침 기상 뒤 거의 매일
브리핑 시간을 갖고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을 조율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의 일이다. 경륜과 식견이 부족한
아마추어들이 비선조직 을 형성해 국정을 장악하고도 국정 난맥이 초래되지 않는다면 그 게 되레 더 이상할 것이다. (문화일보
20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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