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5천억원짜리 ‘움직이는 섬’

동해의 美항모 링컨호를 타보니
하루 물 소비량 1500t·계란 2160개

경상북도 포항 동북쪽 220㎞ 해상. 미 함재(艦載) 수송기 C-2 ‘그레이하운드’가 오산 미 공군 기지를 이륙한 지 1시간 반 만에 9만7500t급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의 위용이 드러났다.

한 차례 착륙에 실패한 C-2 수송기는 다시 항모 주위를 크게 선회한 뒤 재도전해 착륙에 성공했다. 200m도 되지 않는 짧은 착륙거리 때문에 수송기 꽁무니의 쇠갈고리가 비행 갑판 바닥에 놓여있는 강철 로프에 걸려 갑자기 멈추면서 ‘청룡열차’를 타는 듯한 충격이 몸에 전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큰 항모 중의 하나인 링컨이 한반도 주변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 31일까지 열린 한미 연합 전시증원 연습과 독수리 연습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89년 11월 취역했으며 2003년 5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이 배에서 이라크 종전(終戰)을 선언해 유명해졌다.

링컨호는 길이 332.8m, 폭 76.8m로 축구장의 약 3배에 달하는 크기지만 시속 55㎞ 이상을 낸다. 만드는 데 4조5000억원이 들었고 유지하는 데 매년 3000억원 가량이 든다. 이 바다 위의 ‘움직이는 도시’에는 모두 5600여명(여성 10%)이 산다. 3개의 수술실과 8명의 의사를 갖춘 병원도 있다.

링컨호의 함재기(艦載機)가 갖고 있는 공격력은 웬만한 국가 전체의 공군력에 버금갈 만큼 위력적이다. FA-18 ‘호넷’과 이를 개량한 ‘슈퍼 호넷’,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호크아이’, 수색 및 구조용 헬기, 전자전기(電子戰機) 등을 갖추고 있다. 보통 85대의 함재기가 탑재되지만 이날 비행갑판과 격납고에 실제로 실려 있던 것은 70여대였다.

갑판 위에 있는 4대의 C-13-1 증기 캐터펄트(catapult·사출기)는 30초마다 1대씩 호넷과 슈퍼 호넷 등을 쉴 새 없이 쏘아 이륙시켰다. 캐터펄트는 함재기가 100여m의 짧은 이륙거리를 갖고도 뜰 수 있도록 가속시켜주는 장비. 2t 무게의 승용차를 2400m 밖으로 내던질 수 있을 정도로 힘이 강하다.

그 밖에도 시 스패로 함대공(艦對空) 미사일이 접근하는 적 항공기를 겨냥하고 있으며 근접방공시스템이 24시간 가동된다. 이지스 순양함 ‘모빌 베이’, 이지스 구축함 2척, 보급함 2척,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 2척 등이 ‘링컨호 가족’의 일원으로 링컨호를 호위하고 있었다. 링컨호는 미 워싱턴주 에버렛을 모항(母港)으로 하지만 미 동북아 중시 전략에 따라 괌이나 태평양에 배치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훈련 참가를 그런 맥락에서 풀이하는 전문가도 있다. 함장 앤드루 매컬리 대령은 “이번 훈련은 한국군과 협의된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 유용원 기자 200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