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아빠되기> “아이, 알아서 크겠지?” 편견 버려라

“에이,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지을까 보다.” 사업을 하다 어려움에 부닥치면 흔히 이런 말로 탈출구를 모색한다. 거래처, 고객관리 등 복잡한 사업보다는 농사가 훨씬 쉬워 보인다. 그러나 이는 농촌의 실상을 모르고 말하는 ‘편견’이다. 귀농의 어려움은 우선 몸이 말한다.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사용하므로 조금만 일 해도 피곤하다. 농사에서 방심은 금물, 적절한 시기를 놓친다면 급격한 수확의 감소를 감내해야 한다. 씨를 뿌리고, 수확하고, 장마와 가뭄에도 대비해야 한다. 사계의 흐름에 따라 자연에 순응하는 자가 진정한 농사꾼이다. 편견은 가정에도 존재한다. 아이에 대한 아빠의 편견이 그것이다. 아이에 대한 아빠의 편견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 시키면 해 (독불장군형 아빠) = 아이가 항상 어리다고 생각하기에 아빠의 명령이 곧 아이와의 대화방법. 아빠의 큰 목소리가 특징 이며 바로 안 하면 열을 셀 때까지 하라고 하며 하나, 둘을 헤아린다. 그러나 이런 수직적인 관계가 대화를 가로막는 장벽이며 아이는 복종에 익숙해진다. 그 결과 아이는 아빠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일찍부터 컴퓨터를 좋아하게 되고 항상 아빠의 품에서 떠나는 것을 꿈꾼다.

◈ 알아서 크겠지 (하숙생형 아빠) = 아내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스타일로, 통이 크고 좋은 아빠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쭉정이 아빠.

아이와 놀아줄 생각은 않고, 성적에도 관심이 없으며, 오직 자기 자신의 취미와 기호에 관심이 많다. 자식에 대한 소유의 개념은 있으나 성장과정을 주시하지 않는다. 아이는 소극적, 수동적인 경향을 나타낸다.

◈ 학원 많이 보내면 잘 되겠지 (묻지마 투자형 아빠) = 아파트 단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스타일이다. 사교육에 대한 집착이 강해 학원 만능주의를 신봉한다. 학교에 결석하는 것은 용납해도 학원에 빠지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고소득 부부 맞벌이에서 많이 발생한다. 아빠는 아이와 놀아본 기억도, 추억도 별로 없고 오로지 성적에만 관심이 있다. 가족의 개념은 희박하고 모든 가치기준이 성적이다.

◈ 조기 유학을 보내면 잘 되겠지 (외로운 기러기형 아빠) = 공부를 위하여 모든 희생을 감내하는 아빠. 아이와 아내를 외국에 보내고 독수공방과 와신상담, 학수고대하며 아이가 잘 되기만을 기원하는 아빠. 인성교육이야말로 어릴 때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설령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꼴은 볼 수 있어도 늙어서 왕따를 당하기 쉬운 아빠다. 비록, 아이가 공부를 잘 하더라도 아빠의 희생과 인내를 알 수가 없다. 아빠는 그저 삼촌같은 존재가 되기 십상이다.

◈  말만 해 사줄 게 (예스맨 형 아빠) = 가장 많은 아빠 스타일로 아이의 얼굴을 보기가 어려우니 야단치는 법도 모르고 아이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잘 사주는 아빠. 아이에게 미안하기에 많이 사주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아이에 대한 사랑은 있으나 노는 법과 표현이 서투르다. 아이는 점점 장난감 놀이가 전부인 줄 알고 아빠란 장난감 사주는 기계로 착각하기 쉽다.

멋진 아빠 되기는 아이의 입장을 생각하는 역지사지가 출발점이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다가가고, 생각이 아니라 행동을 필요로 한다. 그저 잠깐이라도 놀 수 있는 열린 마음만 있어도 된다. 아이의 피부에서 느끼는 따스한 감촉은 가족의 증거이며, 해 맑은 웃음소리는 천상의 소리와 다름없다. 아이를 사랑하는 작은 실천이지만 커다란 인성교육의 현장이다.

권오진 ‘아빠의 놀이혁명’ 저자 (www.swdad.com)

(문화일보 200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