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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프리즘]스크린쿼터에 관한 이상한 소신

소신(所信)은 국어사전에 ‘자기가 믿고 생각하는 바’라고 설명돼 있다. 동의어로 신념·확신 등이 있다. 신임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은 이에
대해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듯하다.
김장관은 소리꾼이자 연극인, ‘서편제’ ‘태백산맥’ ‘영원한 제국’ ‘정’ 등 19편에서 주인공을 맡은
영화배우이다. 장관 취임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그의 인생은 ‘서편제’로 바뀌었고, 영화계에서 받은 혜택이 크다. 그는 강연과 저서에서
스크린쿼터는 물론 공연예술에 대한 스테이지쿼터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라고 밝혀 왔다.
그런 그가 장관을 시켜준다니까 하루 아침에 변심, 스크린쿼터 축소 불가피론을 폈다. 장관이 되지 않고 예정대로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에
출연하고 있다면 그는 분명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할 것이다. 이렇듯 상황에 따라 바뀌는 생각을 과연 소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부가 스크린쿼터를 축소키로 결정한 지 2개월이 지났다. 김장관에게 걸었던 일말의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진 가운데 외국의 유명 영화인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경제학자 등이 한국의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미국의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한국영화감독조합에 보낸 서신을 통해 “최근 본 영화 중 나를 흥분시킨 우수한 작품은
박찬욱·홍상수·김기덕·박찬옥 등 한국 감독들이 만든 영화였다”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이들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데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영화 등 미국의 생산물이 힘이 약한 나라의 생산물을 쉽게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문화는
한쪽 방향이 아닌 양방향으로 흐를 때 모두에게 좋다”고 피력했다.
미국의 로리 월러치 세계시민무역감시단 대표와 여성영화배급단체 데브라 짐머만 대표 등 34개국 저명인사 90여명과 38개 단체로 구성된
캐나다 국제문화전문가단체는 한국의 스크린쿼터 축소를 조건으로 내걸고 한·미 FTA 협상을 개시키로 한 미국 정부의 결정에 재고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미 의회 한·미 FTA청문회에 보냈다. 캘리포니아주립대의 게리 딤스키, 유타대 알 캠벨 교수 등 6명의 저명 경제학자들도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한다는 서한을 미 의회에 제출하는 의견서에 포함시켜 달라며 한국의 영화인대책위에 보내왔다.
김장관은 “올해를 ‘현장중심 문화행정 원년의 해’로 삼겠다”면서 “전임 장관이 제안한 대안과 현장에서 영화인들을 만나 청취한 의견을 정책에
반영해 한국영화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영화인들의 뜻은 스크린쿼터 현행 유지이다. 이들은 최근
농대위·시청각미디어대책위·민주노총·교육공대위·교수학술단체공대위·보건의료공대위·학생대책위·지적재산권부문 대책위 등과 함께 270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를 발족, 투쟁열기를 드높이고 있다. 김 장관의 ‘상황적 소신론’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경향신문 / 배장수 기자 2006-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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