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꼬마 황제' 동심을 노린다

미국 문화 산업의 상징으로 통하는 타임워너가 중국 문화 시장 공략에 적극 뛰어들었다. 팽창하는 중국 중산층의 문화 수요를 잡기 위해서다. 그러나 '짝퉁'이 판치고 중국 정부의 지적재산권 보호 노력이 미흡한 상황이라 성공을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 미국 기업, 중국 문화시장에 도전장 = 로이터 통신은 미국의 거대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의 계열사인 워너 브러더스가 중국 내 첫 캐릭터 전문 매장을 26일 상하이에 열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워너 브러더스의 중국 측 파트너인 허치슨 하버링의 미셸 찬 이사의 발언을 인용해 "워너 브러더스가 수년 안에 중국에 200개의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매장의 운영은 홍콩 최대 재벌인 리자청이 이끄는 창장(長江)실업의 자회사인 허치슨 하버링이 맡는다. 이 업체는 캐릭터 장난감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미셸 찬 이사는 "상하이 매장에 이어 수도인 베이징과 남부의 경제 중심 도시인 광저우.선전에도 조만간 매장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중국 시장에 진출한 월트 디즈니는 2009년까지 중국에 전문 소매점을 6000여 개로 늘릴 예정이다. 이 회사는 프랑스 유통업체인 까르푸의 중국 내 매장 등에서 유명 캐릭터인 미키마우스를 활용한 상품을 팔아 왔다.

지난해 9월 홍콩에 테마파크(디즈니랜드)를 개장한 디즈니는 상하이 디즈니랜드 건설을 구상하고 있다. 또 중국에서 중국어로 첫 영화를 제작 중이며, 아동용 TV프로그램 제작도 중국 당국과 협의해 왔다.

◆ 급증한 중산층의 문화 수요 겨냥 = 중국은 1978년 이후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1억 명에 이르는 신흥 중산층이 생겨났다. 소득 증가로 생활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이들 계층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문화에 관심을 키우고 있다.

워너 브러더스의 중국 매장 진출과 대대적인 확대 계획은 이런 추세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문화 관련 기업들은 3억 명으로 추산되는 14세 이하 어린이를 주요 수요층으로 겨냥하고 있다. 엄격한 한 자녀 갖기 정책 때문에 중국의 도시 가구에는 부모가 외아들 또는 외동딸과 사는 가구가 대부분이다. 관련 기업들은 '꼬마 황제(小皇帝)'로 불리는 이들 자녀에 대한 부모들의 유별난 사랑이 높은 구매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장난감 시장이 2010년께 125억 달러(약 12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꼭꼭 닫았던 중국의 문화 산업 시장이 점차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미국 기업의 진출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짝퉁 천국'이라고 할 만큼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이 낮기 때문에 미국 문화산업 기업들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중앙일보 / 장세정 기자 2006-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