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씻으려다 ‘화’ 부른 롯데월드

롯데월드가 놀이기구 사망사고를 사과하는 뜻에서 시민들을 무료로 입장시키기로 한 첫날인 26일 오전 6만명이 한꺼번에 몰려 35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놀이기구 사고 뒤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롯데월드 쪽의 ‘대책 없는’ 일요일 무료 개장과 ‘공짜’에 몰려든 시민들이 함께 빚어낸 사고였다.

사고 개요 = 무료입장 행사 첫날인 이날 새벽 4시께부터 롯데월드 들머리와 지하철 2호선 잠실역 등에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해 아침 7시께 모두 6만여 시민들이 롯데월드 일대에서 입장을 기다렸다. 롯데월드에서 배치한 안전요원만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7시20분께 시민들이 롯데월드와 잠실역을 연결하는 지하도에서 롯데월드 입구 쪽으로 몰려들면서 일부 시민들이 넘어지고 출입구 유리창이 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한아무개(13)양의 손바닥이 찢어지는 등 35명이 다쳐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다.

안전대책 없는 장삿속 = 롯데월드 쪽은 수많은 관람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무료 입장 행사를 준비하면서 자체 안전요원 120여명만을 배치했을 뿐 경찰과 협의를 하지 않았다. 김성수 송파경찰서 경비과장은 “안전사고가 우려돼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내는 등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롯데월드는 경찰력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길종 롯데월드 마케팅담당 이사는 “손님들이 즐겁게 놀도록 마련한 자리여서 경찰이 투입돼 경비를 하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가 일어난 뒤인 아침 8시에야 경찰기동대 4개 중대를 현장에 투입했다.

또 이미지 개선 효과를 극대화하자고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일요일에 무료입장 행사를 시작한 것도 문제였다. 평일에 더 적은 관람객으로 행사를 시작했다면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월드 쪽은 “가족 단위 손님들이 더 많이 와서 이용할 수 있도록 일요일에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월드는 이번 사고를 이유로 애초 31일까지로 예정돼 있던 무료입장 행사를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공짜’에 몰려든 시민들 = 아침 7시20분께 사고가 난 뒤에도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8시20분께 시민 1500여명은 닫혀 있는 정문을 강제로 열고 롯데월드 안으로 들어갔다. 이 곳이 열리자 롯데월드는 애초 개장시간보다 1시간 이른 8시30분께부터 시민들을 들여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10분 만에 입장객이 1만7천여명에 이르자 다시 입장을 전면 통제했다. 롯데월드는 오전 9시40분께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집으로 돌아가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미 몇시간씩 기다린 사람들이 곳곳에서 직원들에게 항의하며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다. 일부 시민들은 다음번에 이용할 수 있는 무료입장권과 교통비 등을 요구하며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한겨레신문 / 유신재 기자 2006-3-26)

롯데월드 무료개장 `아수라장'…35명 부상

경찰의 잇따른 경고 무시한 예고된 안전사고
회사측 "시민의식 부족으로 사고 발생했다"며 `적반하장'

롯데월드가 손님들을 무료로 입장시킨 26일 인파가 몰리면서 35명이 부상을 당하고 미아가 속출했으며 잠실역과 롯데백화점 잠실점 등 근처에 큰 혼잡이 빚어졌다.

경찰은 무료개장 행사를 앞두고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수차례 경고했으나 회사측은 충분한 대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이번 사태는 안전불감증이 빚은 사고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개장 예정 2시간 전 이미 아수라장 = 롯데월드 입구와 잠실역 등에는 이날 오전 4시부터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해 오전 7시께에는 무려 5만여 명의 관람객이 밀고 밀리며 입장을 기다리는 아수라장이 됐다.

회사측은 걷잡을 수 없이 많은 인파가 몰리자 질서유지에 나섰으나 오전 7시20분께 롯데월드와 잠실전철역을 연결하는 지하에서 확성기를 통한 안전요원의 말이 잘못 전달돼 첫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안전요원이 앞에 서서 대기 중인 관람객들에게 앉으라고 했으나 뒤편에서는 이를 이제 입장하라는 뜻으로 오해해 일시에 밀어붙이면서 7명이 넘어져 중경상을 입었던 것.

윤모(18ㆍ서울 강동구 명일동)군은 "아기를 안은 아주머니가 넘어져 아기가 압사할 뻔했다"며 "사람이 죽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롯데월드측은 혼란이 발생하자 오전 8시께 문을 열고 대기자들을 입장시키기 시작했으나 이번엔 서로 먼저 입장하려고 앞으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사람들이 이리저리 밀려 바닥에 넘어지고 신발이 벗겨지는 등 대혼란이 빚어졌다.

롯데월드 출입구 유리창이 깨지고 정문 셔터가 부서지는 등 시설물 파손도 잇따랐으며 일부 10대들은 파손된 셔터 밑을 통과해 놀이공원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사고 직후 신고를 받은 경찰이 의경 400여명을 현장에 투입하고 소방서도 긴급상황을 나타내는 `구조2호'를 발령하고 소방관 280명을 동원해 질서유지와 부상자 구호에 나서면서 비로소 사태가 수습됐다.

이날 오전 도합 35명이 턱, 입, 다리, 눈, 허리 등을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부상자는 대부분 12∼18세 아동과 청소년이었으나 3세 및 5세 유아와 38세 주부도 있었다.

서울메트로측은 잠실역에 하차해 롯데월드로 가려는 인파가 계속 늘어나자 오전 9시께부터 롯데월드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방송을 계속 내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인파는 계속 늘어나 오전 11시께는 공원내외와 인근 백화점 입구 등을 합쳐 6만명에 달했다가 점심 시간을 고비로 서서히 줄어들었다.

◇ 공원 내부도 `북새통' = 롯데월드측은 오전 9시 40분께 입장객이 하루 최대 수용 한도인 3만5천명을 넘어서자 입장을 중단시켰다.

하지만 운좋게 입장한 손님들도 하루 종일 만원인 매점 및 식당과 놀이공원 곳곳에 수북이 쌓인 쓰레기 등으로 불쾌한 하루를 보냈다.

이들은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들이 곳곳에서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고 미아를 찾는 구내방송이 잇따르는 등 하루종일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몇 시간씩 기다려 가며 놀이시설을 이용해야하는 불편을 겪었다.

초등학생인 아들과 친구 18명을 데려 온 조병철(40ㆍ서울 금천구)씨는 "개장 1시간 30분 전부터 기다려서 간신히 들어오긴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고 위험할 것 같아 4시간 동안 놀이기구 1∼2개씩만 타고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롯데월드는 혼잡 상태가 계속되자 폐장 시각을 평소보다 5시간 이른 오후 6시로 앞당기고 `공짜 손님'들을 내보냈다.

◇ 안전사고 대비 없었다 = 롯데월드측은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유관기관과 협조해 안전사고에 철저히 대비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측에 지원 요청 등은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월드측은 이날 안전요원 등 근무자 253명을 출근시켰으나 정작 사고가 처음 발생한 이날 아침에는 근무교대가 미처 이뤄지지 않아 전날 밤 근무한 안전요원 57명만 근무하던 상태였다.

김길종 롯데월드 마케팅이사는 "전 직원을 비상근무토록 하고 동선에 따라 안전요원들을 배치하는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충분히 대비했으나 시민들의 문화의식 부족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롯데월드를 관할하는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롯데월드측은 경찰력 지원 요청을 한 적이 없다"며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면 안전사고가 우려되므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공문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고 밝혔다.

송파서는 롯데월드 관계자들을 불러 정확한 사고 경위와 안전요원 배치 상황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안전관리 부실 혐의가 드러나면 사법처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 `공짜 심리'도 사고에 한몫 = 이날 롯데월드에 사람들이 몰린 것은 회사측이 당초 26∼31일로 계획했던 무료입장 행사 첫날이었기 때문.

특히 공짜 이벤트에 민감한 10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대거 몰리면서 혼잡이 가중됐다. 이날 부상을 당한 35명 중 32명이 10대였으며 2명은 5세 이하 유아였다.

대전 유성구에서 아이 2명과 함께 놀러왔다는 이정선(33ㆍ여ㆍ주부)씨는 "오전 6시 50분에 집을 나서서 오전 9시에 도착해 정문에서 기다렸는데 입장조차 못 했다"며 롯데월드 고객상담실과 상황실에 항의하면서 차비 환불을 요구했다.

이날 입장하지 못한 손님 5천여명은 오후까지 매표구 등에서 무료이용권 발급 등을 요구하며 항의를 계속하기도 했다.

◇ 행사 취소ㆍ향후 대책 = 사고가 나자 롯데월드측은 31일까지로 예정돼 있던 무료개장 행사를 27일 이후 전면 취소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당초 고객들에게 약속했던 무료개장을 다른 방식으로 실행에 옮길지에 대한 입장을 내부 논의가 끝나는 대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롯데월드는 이달 6일 발생한 놀이기구 안전사고에 대해 사과하는 뜻에서 무료 개장 행사를 마련했다.

(연합뉴스 / 임화섭, 장하나 기자 2006-3-26)

롯데월드 "시민의식 부족으로 사고 발생"

롯데월드는 시민들의 문화의식 부족으로 사고가 일어났다며 사고 책임을 시민들에게 전가했습니다.

수 만명의 사람이 몰릴 것으로 예견됐는데도 롯데월드는 안전요원 배치와 유관기관과의 협조는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재형 기자입니다.

[리포트] 아침 7시 58분!

이른 아침부터 모인 관람객들이 셔터문을 올리고 안으로 밀려 들어갑니다.

밀고 밀리고 아수라장이 따로 없습니다.

[인터뷰:박형진, 롯데월드 이용객] "롯데에서 이미지 살리려고 하는 건데 이렇게 무질서하면 다시 안오고 싶죠."

3만 5천 명 무료 입장에 아침부터 모인 인파는 무려 6만여 명!

롯데월드측은 이에 대비해 충분한 사전 준비를 했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김길종, 롯데월드 마케팅 이사] "유관기관과 협조하고 동선에 따라 안전요원 210명을 배치하는 등 충분히 대비했으나 시민들의 문화의식 부족으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유관기관과의 협조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서정완, 지하철공사 잠실역장] "사전에 롯데월드측에서 연락 전혀 없었습니다. 우리가 신문이나 매스컴 보고 자체적으로 알아서 인원 준비시켰습니다."

안전요원이 부족해 경찰과 소방인원 9백여명은 혼잡함을 수습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인터뷰:소방서 관계자] "롯데에서 연락한 적 없었습니다."

한 마디로 이용객의 안전은 뒷전인 채 실추된 이미지 회복에만 급급했습니다.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한 무료입장은 단 하루만에 취소됐습니다.

하지만 변변한 안전요원 하나 배치하지 않은 롯데월드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YTN 김재형 입니다.

(YTN 2006-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