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에 빠진 아이들…부모 노릇 반성해야

어린이 성 이렇게 말해 보세요

나이와 성별, 문화적 차이를 떠나 가상공간에서의 성과 사랑에는 다음과 같은 심리적 특징들이 보인다. 첫째, 인터넷상에서 보장되는 익명성이 체면, 수치심 등으로부터 사용자들을 자유롭게 해 주는데, 이는 본능을 조정하는 초자아(Super-ego)에 구멍이 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외부의 시선에 포착되는 자아표상(Persona)을 언제라도 벗어버릴 수 있는 가상공간에서 이용자들은 본능이 시키는대로 부끄러움 없이 활동한다. 쓰레기 같은 댓글이 그 예이다.

둘째, 직접 사람들을 만났을 때 느끼는 어색함과 긴장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열등감과 사회공포증등으로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가상공간에서 이성들과 교류하려는 경향도 보인다. 영화의 주인공들이나 비현실적으로 멋있지, 가상공간에 집착하는 이들은 일본 드라마 <전차남>과 비슷하게 현실부적응자가 많다. 특히 유소아들에 대한 성적 행동을 보이는 성도착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어린이들을 유혹하는데, 이들은 성인과 성숙한 사랑을 할 능력이 없다.

셋째, 언제든지 필요하면 끝내고 나가 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인관계의 지속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이들이 가상공간을 찾기도 한다. 헤어지려면 여러 가지 구질구질한 과정들을 거쳐야 하는데, 가상공간에서의 사랑은 컴퓨터만 끄면 고만이다. 애착형성(Attachment)에 실패한 자기애적 성격장애, 경계형 성격장애자들이 주로 이들이다.

네째로 가상공간에서 사용자들은 여러 가지 형태로 자기를 변화해 보여줄 수가 있기 때문에 원래의 자기와는 전혀 다른 면으로 연출한다. 소심남이 거친 마초맨으로 변신한다든가, 외모에 열등감을 느끼는 여성들이 성적으로 더 대담할 수도 있다.

자신의 그림자를 발견한다는 점에서, 가상공간은 의식의 반대편에 있는 무의식과 유사하다. 문제는 자기 파괴적인 성적 본능, 사회적 일탈, 동물적 파괴본능 등의 콤플렉스들이 통제불가능한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특히 현실계와 가상계를 혼동하기 쉬운 유청소년들에게 컴퓨터 중독 증상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모니터 상의 언어나 영상으로는 상대방의 신체적 심리적 반응을 즉각즉각 감지하기 힘들어 남에 대한 배려나 죄의식도 없다. 전화나 인터넷 상담을 정신분석가들이 거절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잉보호로 자라 건강한 대인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부유층의 이기적인 자녀들이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자녀들을 방기해야 하는 빈곤층 자녀들이 모두 사이버상에서 왜곡된 애정에 집착할 가능성이 많다. 만일 자녀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부모들은 자신들의 부모 노릇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성해야 한다. 걸음마 아이들이 부모사랑 대신으로 담요를 끌고 다니듯 청소년들이 컴퓨터를 끌어 안고 산다면, 그들의 자기소외 와 외로움은 너무나 깊다.

<이나미 신경정신과 원장>

(한겨레신문 2006-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