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분할

끊임없는 노력과 우연히 다가오는 행운. 인생에서 그 노력과 행운 사이의 ‘황금분할’은 어느 정도가 적정선인가.

강남 아파트 값이 평당 5000만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뉴욕, 도쿄 (東京) 등 세계 10대 도시 아파트 값도 비싸기는 마찬가지지만 국민 소득을 감안하면 강남 최고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세계 1위 라는 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강남의 이런 아파트 한 평을 사기 위해서는 보통 근로자들이 5년 정도 저축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근로자(5인이상 사업장)의 지난해 월 평균 임금은 233만원. 평균 저축률이 35%이니 월 평균 8 1만원의 저축이 가능하다. 5000만원을 모으기 위해 5년이 넘는 62개월을 저축해야 한다.

단순 계산으로는 희망과 의욕보다는 좌절이 앞설 수도 있다. 그러나 인생은 수치로 결정되는 것만은 아니다. 노력을 하다보면 예상 이상의 결과는 물론 우연도 있고 행운도 따른다. 인생 역전의 기회는 너무나 많으며 그것이 당초 신이 이 세상을 창조한, 예측 불허의 오밀조밀한 인생 설계도인지도 모른다.

한국 야구가 16일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찌감치 4강에 올랐다. 일본 연파는 물론 야구 종주국 미국을 101년만에 무너뜨렸다. 야구 역사나 성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다 . 선수들의 연봉을 따져봐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한국 선발선수 10명의 연봉 합계는 45억원, 미국은 960억원으로 21배나 차이가 난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이 7 대 3으로 미국에 이겼고 일본은 2연패를 당했다.

한국측은 승리의 요인으로 끈질긴 노력과 조직력, 용병술 등을 꼽는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측은 평소 ‘내신 성적’과는 달리 불운으로 승리를 빼앗겼다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다. 늘 기다리는 행운은 좌절과 실패 앞에서는 ‘불운’으로 변신, 사람들에게 핑곗거리를 제공한다.

그런 행운을, 요행 심리를 정부가 공식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복권사업이 그것이다. 정부가 최근 국민에게 더 많은 ‘희망’을 주기 위해 행운으로 가는 길인 당첨률을 기존 복권보다 100배 높인 복권 발행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대신 당첨금은 1등 100만원, 2등 20만원, 3등 5만원으로 기존 복권보다 줄어든다. 신이 인간의 노력과 행운간의 황금분할을 고민하듯 ‘복권 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받는 정부가 이제는 당첨률과 당첨금의 황금분할을 놓고 목하 고민중이다.

<김영호 / 논설위원>

(문화일보 2006-3-17)

‘福券 공화국’

우리나라 복권에서 나온 최고 당첨금은 407억 원이다. 2003년 4월 로또복권 추첨에서 1등에 당첨된 경찰관이 횡재(橫財)의 주인공으로 세금을 빼고도 318억 원을 타갔다. 세계 복권 사상 최고인 1억1340만 달러(약 1134억 원)에는 못 미치지만 엄청난 금액이다. 당시 그는 근무하던 경찰서와 아들이 다니던 초등학교, 시민단체,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는 언론사 등에 수십억 원을 내놓았다.

▷ 국무총리실 복권위원회 조사(2004년 12월)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57.5%가 복권을 산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복권에 당첨돼 돈 한번 원 없이 써 보고 싶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하지만 ‘대박’이 터져 인생역전을 누린 확률은 ‘0’에 가깝고, 대부분은 그냥 허공에 돈을 날리고 만다. 심리학자 스키너는 “인간은 처벌과 강압에 의해서만 통제 받는 것이 아니라 보상 미끼로도 통제 받는다”며 사람들이 복권 구입을 강제당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복권은 확률을 모르는 사람에게 정부가 매기는 세금’이라는 서양 속담도 있다.

▷ 현재 국내에서는 10개 정부기관이 25종의 복권을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부족하다는 것인지 다음 달 또 하나의 복권이 나올 모양이다. 장당 판매가격 1000원에, 1등 당첨금이 100만 원인 새 복권은 당첨금이 적은 대신에 당첨 확률이 기존 복권보다 크게 높아진다고 한다. 복권위원회는 ‘복권시장의 균형발전’이란 명분을 내걸고 있으나 정부가 앞장서 투기와 사행심(射倖心)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다. ‘균형’이란 말이 편리하기도 하다.

▷ 하기야 정치부터 투기와 사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나라다. 게임하듯 접근하는 권력 놀음이나, 국민 감성(感性)을 자극하는 포퓰리즘(대중영합) 정책들은 국민을 현혹한다는 점에서 복권을 닮았다. ‘이해찬 골프 파문’에서 보듯 정권 실력자 주변에 기업인이 몰려드는 것도 일종의 투기다. 이래저래 ‘복권공화국’인 셈인가.

<송영언 논설위원>

(동아일보 2006-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