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美… 느긋한 中

對中 무역적자 급증 내달 정상회담 앞두고 신경전
“시장 개방하라” 상원의원들 내주 訪中
남미와 군사협력등 中 영향력에 긴장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내달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날로 악화되는 경상수지 적자의 1차적 원인이 대중(對中) 무역수지 적자에 있다며 중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또 중국이 미국의 바로 코앞인 남미에서 군사·에너지 협력을 강화하자 이에 대한 미국 내 경고 목소리도 날로 커진다.

◆ 무역 적자로 심기 불편한 미국 = 지난해 4분기 미국은 2249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로, 미 국내총생산(GDP)의 무려 7%에 달한다. 미국은 지난해 대중 무역에서 2000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냈다.

결국 미국은 중국에 대한 강한 압박에 나섰다. 카를로스 구티에레즈 미국 상무장관은 15일 아시아 소사이어티 연설에서 “미국의 인내심은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며 “중국 정부는 시장을 개방하라”고 비판했다. 또 미 의회에서 대중 강경론자인 린지 그레이엄, 찰스 슈머, 톰 코번 상원의원은 내주 중국을 방문한 뒤, 의회가 준비 중인 대중

보복법안의 위력을 강조할 예정이다. 미국 재무부도 내달 24일 후진타오 주석의 방문 이전에 비판적인 중국 환율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 중국의 남미 영향력 강화 = 미국은 남미 국가들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C) 회원국으로 가입하자 지난 3년간 브라질·베네수엘라 등 남미 12개국에 대한 군사 지원을 대폭 줄였다. 이 공백을 중국이 메우기 시작했다. 군사 지원이 줄어든 중남미 국가들의 군인들은 이제 중국에서 군사훈련을 받는다. 이들 나라엔 또 미제(美製) 대신에 중국제 군장비가 배치된다. 이에 대해,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이 국방비를 14%나 인상한 이유와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중국을 공격했으며, “남미 국가에 중단했던 미국의 군사지원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은 중국에 콩·쇠고기·철광석 등 원자재 수출을 확대하고, 에너지 협력을 강화했다. 지난 1월 당선자 신분으로 중국을 방문한 ‘반미(反美) 지도자’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천연가스 등 에너지 부문에서 중국과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칠레와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 중국 “마이웨이”
= 중국은 미국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우리 갈 길을 간다’는 느긋한 자세다. 아프리카와 남미에 대한 접근도 계속 강화하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이 2004년 아프리카, 2005년에는 남미 주요국을 방문한 이후 정치국 상무위원, 부총리, 외교부장 등이 수시로 이 지역 국가를 방문하며 관계를 강화한다. 동·아연·주석·철강의 최대 소비국이자 세계 2위 석유 소비국인 중국으로서는 자원 확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아프리카와 남미에 접근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무역보복·환율 조작국 지정 등의 위협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내달 후진타오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15일에는 지난해 위안화 절상 조치 이후 처음으로 환율 하루 변동폭이 0.1%를 초과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을 내부적으로 소화하려는 제스처를 보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조선일보 / 김기훈 특파원, 조중식 특파원 2006-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