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부유론 강조하는 후진타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올 1월 29일 춘절(春節:중국의 설날)을 맞아 중국 공산당 혁명의 발상지인 옌안(延安)을 찾았다. 초기 혁명정신과 농촌으로 돌아가자는 두 가지 의도를 담은 의미 있는 행보였다.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은 사회주의 운동가로서의 그의 정치 철학과 이념이 14일 막을 내린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분명히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 후 주석과 마오쩌둥 = 이번 전인대에서 후진타오는 농촌 중시 정책과 균등 배분을 강조했다. 그의 분배정책은 '다 같이 잘 살자'는 공동부유(共同富裕)론으로 집약된다.

개혁.개방과 선부론(先富論:일부가 먼저 부자가 된 뒤 이를 확대한다)의 덩샤오핑(鄧小平)식 개발주의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정책 전환이다. 그래서 농촌 부흥을 강조하며 농민과의 유대를 강화한 마오쩌둥(毛澤東)식 정책의 새로운 구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후 주석이 춘절에 공산당 혁명의 근거지인 옌안을 찾은 것도 같은 차원에서 해석된다. 옌안 방문에서 그는 "공산당은 사회주의 새 농촌 정책을 펼쳐 다수의 농민이 함께 잘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옌안은 1930년대에 농민들을 끌어들여 애국주의를 고취하고 혁명을 성공시킨 마오쩌둥식의 '농민 내셔널리즘'이 탄생한 곳이다.

후 주석은 공산당 총서기 취임 직후인 2002년 12월 혁명 근거지 시바이포(西柏坡)를 찾았고, 2003년 9월에는 최초의 중국 공산당 소비에트였던 장시(江西) 징강산(井崗山)을 방문하기도 했다. 시바이포 방문에서 후 주석은 '간고분투(艱苦奮鬪:어려움을 참고 분투하자)'라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이는 마오쩌둥이 49년 3월 베이징 입성을 앞두고 당원들의 청렴과 겸손.근면함을 강조한 '량거우비(兩個務必)'에 비유될 만하다.

◆ 신좌파적 성향 = 잇따른 혁명 성지 방문과 지난해 공산당 16기 5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5중전)에서 제시한 '공동부유론'은 그의 정치적 이념이 개혁.개방에서 뒤떨어진 농촌과 소외계층을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농촌을 중시하는 정책은 올해부터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한 '신농촌 건설운동'으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전문가들은 후 주석이 분배와 균형 발전을 중시하는 신좌파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외국인 투자 기업에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제도가 폐지되는 것이 한 예다. 중국 국내 기업들의 역차별을 시정하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가 많이 축적돼 이런 배짱을 부릴 여유가 생겨난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 애국과 도덕심으로 재무장 = 후 주석은 올 전인대 기간 중에 인민들의 애국과 도덕률을 강조하는'사회주의 영욕관(榮辱觀)'을 발표했다. 현재 중국은 낙후된 농촌과 소외계층들의 불만이 심각하다. 이런 불만을 농촌 개발과 의료.교육 지원으로 어루만지면서 정신적으론 애국심과 도덕심을 고취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그는 덩샤오핑.장쩌민(江澤民)식 개발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려 애쓰고 있다. 베이징의 한 전문가는 "후 주석은 집권 초기부터 강한 민족주의 성향을 보여왔다"며 "이 같은 그의 정치철학이 앞으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일보 / 유광종 특파원 2006-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