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난 아빠 살리려 5km 땡볕 걸은 아들

지난 11일 저녁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극서부 지역에서 자동차사고로 아빠가 차안에 갇히자 2시간 동안 5km나 맨발로 걸어가 도움을 청했던 5세 남자아이는 땡볕 속에 자신의 상처와 갈증에도 불구하고 입술을 빨며 발이 부르트도록 강행군을 한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이날 목화농장 인부인 밀 토빈(47) 씨는 아들 키안 군과 함께 데리고 뉴사우스웨일스주 극서부 버크 부근의 댐들에 민물가재 덫을 놓고 저녁식사를 하러 버크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의 소형트럭이 비포장도로에서 미끄러지며 노변의 배수구에 부딪힌 후 몇 바퀴 굴렀다.

경찰관이 되는 것이 꿈인 키안 군은 여기저기 찢기고 타박상을 입은 채 차안에서 기어나와 땡볕에 물도 없이 신발도 신지 않고 5km나 걸어가 지나가던 운전자를 만나 함께 사고현장으로 달려왔을 때 아빠는 이미 숨져 있었다.

현지 경찰서장인 그렉 무어 총경서리는 키안 군이 도움의 손길을 찾기 위해 "끝까지 버티며 걸어간" 대단한 용기를 보여주었으며 그 힘든 시간과 그 후에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은 다부진 태도를 보였다며 시민용기상 상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무어 총경은 "나중에 엄마가 아이에게 목마르지 않았느냐고 묻자 아이는 그냥 입술을 핥기만 했다고 대답했다"면서 "걸어가면서 분명히 목이 탔겠지만 아이는 계속 버티며 걸어갔다"고 전했다. 키안군은 12일 병원에서 부르튼 발과 찢긴 상처들을 치료받았다.

무어 총경은 또 "엄마는 키안 군이 경찰관이 되고 싶어한다고 말했는데 키안군은 바로 우리가 모집하고 싶은 그런 자질을 갖춘 아이"라고 말하고 버크 지역주민들은 이들 모자를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서려고 한다고 전했다.

토빈 씨가 일했던 목화재배업체 관계자는 키안군이 뉴사우스웨일스주 서부지방의 열파 속에서도 걸을 수 있는 데까지 걸어가는 대단한 일을 했다면서 "그날은 아주 더운 날이었는데 그만한 거리를 걸었다니 매우 용감한 꼬마 사나이"라고 칭찬했다.

경찰은 맨먼저 사고현장에 달려간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토빈 씨가 숨지기 전에 아들에게 뭔가 말을 했으며 아마도 그에게 도움을 청하러 가라는 말을 한 것 같다면서 경찰 전문가가 아이와 인터뷰를 하게 되면 구체적인 사실이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2006-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