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민대회당서 춤을”

全人大 끝나면 임대… 한번에 2만달러
“그냥 놀리면 적자” 외국회사 파티장 팝스타 공연장으로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연예인 공연무대나 다국적 기업 파티장으로….”

만약 한국에서 이런 주장을 한다면 반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사회주의 정치의 본산인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는 이런 일이 수시로 벌어진다.

톈안먼(天安門)광장 서쪽에 자리잡은 인민대회당은 공산 정권 수립 후 10년 만에(1959년) 중국인들의 힘으로 세워진 ‘공산 혁명의 상징’. 마오쩌둥(毛澤東)은 이곳에서 공산 혁명의 위대함을 역설했다. 또 1972년 닉슨 미국 대통령을 비롯, 세계 각국 지도자들을 환영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지금도 이곳에서는 매년 봄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국회에 해당)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열린다. 가을에는 공산당 대회가 열린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인민대회당은 ‘자본주의 전시장’으로 바뀌었다. 국제 학술세미나 같은 ‘점잖은 행사’만 열리는 게 아니다. 모토롤라·MS·GM 같은 다국적 기업의 파티장이 되기도 하고, 팝스타·대중 연예인들의 단골 무대가 되었다. 오성홍기(五星紅旗·중국 국기)가 부착된 공산당 간부 차량만 이용할 수 있던 인민대회당 주차장에는 일반인의 고급 외제차가 가득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 “2만달러(약1990만원)만 내면 1만석 규모의 인민대회당을 누구나 자유롭게 빌릴 수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300개의 연회룸을 이용하려면 테이블당 100달러를 내면 된다. 인민대회당측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전환한 이후 정치행사가 없을 때는 스스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중국법인은 작년 말 송년회를, KFC는 2100명의 중국 점포 대표 회의를 최근 이곳에서 열었다. 세계적 피아니스트 리처드 클레이더만은 “마오쩌둥이 연설하던 그 자리에서 피아노를 쳤다는 것 자체가 짜릿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 송의달 특파원 2006-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