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성폭행… 학생들 아직도 떨고 있다

작년 3월 학교폭력 뿌리 뽑겠다더니…
작년 폭력에 숨진 학생 6명
왕따 못견뎌 자살 학생 6명

집단 폭력과 따돌림, 싸움 ‘짱’의 명령에 절대복종, 성 상납과 성폭행. 지난해 3월 폭로된 ‘일진회’의 실상에 우리 사회는 입을 딱 벌렸다. 어른들의 암흑세계와 조직의 논리를 복사한 학교 폭력의 실상이 너무 놀라웠기 때문이다. 경찰청과 교육부는 아이들을 보호하겠다고 요란한 대책을 내놓았다. 그 후 1년, 일진회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아이들은 폭력에 떨고 있다. 일진회 그 후 1년, 여전한 학교폭력의 실태를 취재했다.

◆ 구타와 타살(他殺)

교육인적자원부와 경찰청이 ‘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 1000만인 서명 선포식’을 가진 13일. 서울 I중학교 2학년 박모(14)군의 부모는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박군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올해 2월 13일까지 학교 근처 뒷골목과 야산에서 같은 학교 동급생 6명과 다른 학교 여학생 2명 등 9명으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했다. 세 차례에 걸쳐 각목과 주먹, 발 등으로 온몸을 두들겨 맞았다. 맞은 이유는 인사를 제대로 안 했다는 것. 박군은 이들을 피해 다니며 무서워 전화도 받지 않는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학교 가는 것도 꺼려 현재 정신과에 입원 중이다.

학교의 ‘놀토(노는 토요일)’가 처음 실시된 지난 11일. 경기도 포천 N중학교 3학년 이모(15)군 등 8명은 같은 중학교 출신 선배 서모(16·고1년)군 등 7명에게 끌려갔다. 학교 인근의 폐가(廢家). 1시간 남짓 주먹과 발 등으로 온몸을 구타당했다. 이군 등이 형들로부터 맞은 것은 올 들어 벌써 네 번째. 2월 마지막 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학교 뒷산이나 폐가에서 맞았다. 맞는 데는 이유가 없다. ‘야린다(노려본다)’ ‘기분 나쁘게 웃는다’ ‘인사 안 한다’ 등이 이유다. 서군 등은 때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건 관례야. 우리가 형들에게 맞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가 학생들을 보호한다고 요란을 떨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폭력에 시달리며 목숨까지 잃고 있다. 학교폭력예방센터(사무총장 김건찬)에 따르면 지난 2005년 한 해 다른 학생에 맞아 숨진 학생은 6명에 이른다.

◆ 성상납과 성폭행

지난 1월 부산 북구 중학교 연합 폭력조직 회식. 일진회 회원의 생일 잔치를 위해 모여 술을 나눠 마신 남학생 14명과 여학생 8명. 성모(14)군 등이 잠든 이모(14)양의 옷을 벗기고 성추행을 했다. 잠에서 깬 이양이 화를 내며 던진 물건이 거울을 깨면서 일진회 ‘짱’인 강모(14)군이 유리 파편에 맞았다. 강군은 이양의 버릇을 고친다며 남학생 모두가 이양을 윤간하라고 명령했다. 자고 있던 다른 여학생들도 모두 깨워 집단 성폭행을 했다.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며 여학생들의 나체 사진을 찍고, 그 이후에도 다시 수차례 여학생들을 성폭행했다. 이양은 성폭행 후유증으로 수술까지 받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의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조차 못하고 있다.

◆ ‘왕따’와 자살

“엄마 아빠 죄송해요. 너무 서글픈 나머지 제가 먼저 세상을 떠납니다. 반 애들의 시달림 끝에 이 방법을 택합니다.” 지난해 11월 30일 경기도 화성시 S중학교 3학년 김성진(16)군은 학교폭력을 견딜 수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군의 책꽂이에서는 ‘우울증에 시달린 나날들… 죽고 싶다… 죄송해요 불행의 나날들 엄마 아빠 할머니 친척들’이라는 글과 함께 같은 학년 학생 11명의 이름이 쓰여 있는 쪽지가 발견됐다. 지난해 학교폭력으로 자살한 학생은 6명이다.

(조선일보 / 안준호 기자 2006-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