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의 이라크’ 속 영국기업들 큰 돈벌이

누가 이라크전의 ‘전리품’을 챙기고 있는가?

미국과 영국이 주도한 이라크 침공 3주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전쟁 개시 이후 영국의 61개 기업이 이라크에서 19억달러(1조9천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3일 보도했다. 계약이 대부분 비밀로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이는 ‘빙산의 일각’이며 영국 기업들의 ‘전쟁수익’은 이 금액의 5배 이상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추산했다.

특히 영국 민간경비회사, 홍보대행사, 은행, 건설회사, 석유회사 등이 이라크에서 전쟁특수를 누리고 있다. <인디펜던트>와 기업감시기구 ‘코포리트워치’의 조사 결과를 보면 최대 수익을 올린 영국기업은 건설회사인 에이멕으로, 이라크 전력시스템과 발전설비 공사를 맡아 8억6천만달러를 챙겼다. 2위는 전직 영국군 중령 팀 스파이서가 운영하는 사설경비회사 이지스로, 미 국방부와 3년 계약을 맺고 미군의 군사작전에 동참해 4억2천만달러를 벌었다.

또다른 사설경비회사 에리니스도 석유시설 경비를 맡아 1억4천만달러를 벌었다. 현재 이라크에서 전투와 경비에 투입되는 2만~3만여명의 사설보안요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영국 기업 소속이다. 금융기관 HSBC도 이라크 은행의 70%를 사들여 63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코포리트워치의 루카스 크리스토둘루 대변인은 “영국 기업들은 대부분 사회간접자본 건설, 행정체계 재건 등 장기적 사업에 진출해 전후 이라크 사회를 기업주도형으로 재편해 가고 있으며, 수십년 동안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곧 석유관련 계약이 본격적으로 체결되기 시작하면 이미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미·영 기업들의 수입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기업의 수익은 공개된 적이 없지만 대형 군수·에너지기업 핼리버튼의 막대한 이라크전 부당이익 청구는 미 의회에서도 여러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반면, 이라크인들을 짓누르는 내전의 공포는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12일 이라크 곳곳에서는 자살폭탄 공격이 잇따라 적어도 66명이 목숨을 잃고 300여명이 다쳤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최근 들어 가장 끔찍한 유혈의 날이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시아파 빈민가인 바그다드 사드르시티의 시장에선 6건의 연쇄 자살폭탄차량 공격으로 46명이 숨지고 204명이 다쳤다.

8년간 영국군 정예요원으로 활약하다 이라크전에 환멸을 느끼고 지난해 군생활을 포기한 영국 공수특전단(SAS)의 전직 요원 벤 그리핀은 12일 영국 <데일리텔레그라프>와 인터뷰에서 “미군은 노인과 농부 등 민간인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이고 고문하고 있으며, 인간 이하로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복무 거부 혐의로 군사재판에 처해질 예정인 그는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수많은 불법 행위를 목격했다”며 “그런 작전으로는 이라크인들의 마음을 얻을 수도, 전쟁에서 이길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겨레신문 / 박민희 기자 2006-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