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1세기 경제 중심은 발해만"

중국 국무원이 한반도에 가까운 산둥(山東) 반도와 랴오둥(遼東) 반도에 둘러싸인 발해(渤海:중국어로 보하이)만 일대를 2000년대 경제 중심지역으로 결정했다. 1980년대 선전(深◆ )과 90년대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에 이은 중국의 세 번째 국가경제특구다. 그 중심은 톈진(天津)시가 맡게 된다.

중국은 베이징(北京)에서 멀지 않은 이곳에 앞으로 5000억 위안(약 61조원)을 투자하고 21세기형 산업을 대거 유치해 국가 경제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남쪽에 치우친 경제 축을 북쪽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세 번째 경제 축 개발 = 다이샹룽(戴相龍) 톈진 시장은 9일 "톈진의 경제개발구인 빈하이(濱海) 신공업지역을 중앙정부가 '국가 종합개혁 시험구'란 이름의 특구로 지정할 것"이라며 "이곳을 중심으로 한 발해만 일대가 앞으로 상당 기간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금융산업 선진화를 위해 이 지역을 금융자유도시로 개발해 그 경험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이 시장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총재 출신이다.

발해만 지역은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100~200㎞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이번 발표는 사실상 범수도권 개발을 본격화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실제로 다이 시장은 앞으로 발해만 지역과 베이징이 경제적으로 상호 보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요코하마가 수도 도쿄의 배후도시로 경제적 보완 기능을 하는 사례를 모델로 삼겠다는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산둥성과 허베이(河北)성을 망라하는 범북부 경제개발권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구상이다. 선전을 중심으로 한 광둥(廣東) 경제권과 상하이 중심의 화둥(華東) 경제권, 그리고 베이징과 톈진을 묶는 발해만 경제권을 만들어 전국을 세 개의 경제 축으로 운용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 장기적으로 61조원 투자 = 홍콩 동방일보는 장기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이 지역에 5000억 위안(약 61조원)이 투자될 것이며 투자의 대부분이 1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기간인 2006~2010년에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이 시장은 다음달에 '발해만 산업기금'을 만들어 개발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시와 금융기관들이 50억 위안(약 6100억원)을 투자하게 된다. 톈진시는 앞으로 기금을 200억 위안(약 2조4000억원)까지 늘려 지역 개발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외자 유치에도 시동을 걸었다. 톈진시는 5월 9~11일 홍콩에서 '톈진 주간' 행사를 열고 서비스 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또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과 일본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단계적인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 배경은 경제와 정치 두 마리 토끼 잡기 = 상하이 출신인 장쩌민(江澤民) 주석 시절 경제개발은 상하이와 선전을 포함한 남부지방에 집중됐다. 그 결과 지난해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창장(長江) 삼각지 일대의 산업생산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8%를 차지를 차지했다. 반면 베이징(北京)을 포함한 범발해만 지역은 10.3%에 불과하다. 선전을 중심으로 한 주장(珠江) 삼각지 일대는 인구가 수도권보다 적으면서도 GDP 점유율은 9.9%로 비슷하다.

이 때문에 북부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톈진 출신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산둥성 지난(濟南) 출신인 자칭린(賈慶林) 정치국 상무위원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 총리가 지난해 톈진과 발해만 일대를 방문해 국가 차원의 개발을 약속하면서 이번 국가경제특구 지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 홍콩의 문회보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10일 "발해만 지역 개발은 중국의 남북지역 간 경제력 격차를 좁히는 것은 물론 장쩌민계의 상하이방을 견제하는 일거양득 전술"이라고 풀이했다.

◆ 한국 기업 진출 열풍 예고 = KOTRA의 이종일 베이징 무역관장은 "발해만 지역이 본격 개발되면 한국 기업들의 제2중국행 열풍이 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기업들은 90년대까지 본국과 가까운 이 지역을 주로 찾았으나 최근 몇 년 동안 경제 중심이 남부로 옮겨 가면서 선전과 상하이지역으로 몰렸다.

현재 이곳에는 3000여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으나 삼성과 LG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이 관장은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이 지역에 하이테크 산업이 집중 육성되기 때문에 한국이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 최형규 특파원 2006-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