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고기 굽는 건 진화의 산물

야외로 나들이 갔을 때 남자들이 불판에서 고기를 굽고 여자들이 채소를 다듬는 것은 단순한 역할 분담이 아니라 진화의 산물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호주 언론들에 따르면 영국 브리스톨 대학 고고인류학과장인 마크 호튼 박사는 8일 시드니 호주 박물관에서 강연을 통해 "수십만 년 전 인류의 조상들도 오늘날처럼 남자들은 고기를 굽고 여자들은 채소를 준비하는 일을 나누어 했다"면서 남자들이 고기를 굽는 건 진화의 결과라고 말했다.

호튼 박사는 "오늘날 우리들이 보이는 행동의 일부가 오랜 진화의 역사를 통해 축적된 본능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결코 놀라운 게 아니다"면서 "여기에는 남자들이 밖에서 불판에 고기를 굽는 것을 좋아하고 여자들은 채소를 다듬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는 것도 포함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고기 굽는 장비는 지금부터 250만년 에티오피아에서 원시적인 석기 형태로 처음 나타났다면서 그로부터 50만년 뒤에는 남자들이 사냥을 하고 여자들은 들에서 나물을 캐서 모으는 일을 했음을 보여주는 화석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들이 동물을 사냥하고 고기를 나누어 먹는 건 진화의 측면에서 볼 때 아주 중요한 행위라면서 각종 의식이나 복잡한 사회관습들이 모두 거기에서부터 갈라져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류는 수백만 년의 장구한 세월을 통해 진화돼 왔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들이 본능이라고 말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동들로,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먹었으며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해서는 수많은 단서들을 남겨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호주에서 1천1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자들의 70%가 불판에 고기를 구워 먹는 것에 대해 본능적인 충동을 느낀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 고한성 통신원 2006-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