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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무역대표부 서한에 나타난 미국의 요구
미의회조사국 보고서가 한미경제관계의 구조적인 측면과 현안 점검에 치중했다면, 미무역대표부의 서한은 협상자체의 전체 틀과 협상의
구체적인 목표를 명시하고 있다.
이 서한에 따르면 한미FTA는 대략 15개 전후의 장으로 구성이 될 것으로 보이고, 그 자체로
이는 미국이 싱가폴·호주·칠레 등과 최근 체결한 FTA의 내용 및 구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면 그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자.
① 상품무역 가능한 모든 관세 및 비관세장벽의 철폐. 여기에는
당연히 농산품에 대한 각종의 수출보조금, 관세율쿼터(TRQ)등도 포함되어 있다.
②
통관업무·원산지증명·집행협조 미국제품이 신속하고 적기에 통관되게끔 한국 통관절차의 투명성·효율성·예측가능성을 제고한다. 특히
원산지증명 문제는 연간 10억불에 달하는 개성공단 생산제품에 대해서도 FTA를 적용할 것인가를 둘러싼 아주 심각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③ 위생 및 검역조치 WTO '위생 및 검역조치에 관한
협정'에 의거, 동식물에 대한 위생 및 검역조치가 무역장벽이 되지 않게끔 한다.
④ 무역에
대한 기술장벽 WTO '무역에 관한 기술협정에 관한 협정'에 의거, 기술 표준이 무역장벽이 되지 않도록
한다.
⑤ 지적 재산권 미국내 법과 WTO '무역관련지재권협정'의 기준에
맞게 지적 재산권 보호수준을 끌어올리도록 한다.
⑥ 서비스무역
정보통신·금융서비스·전문서비스와 기타 부문에 대한 포괄적인 시장개방을 추진하고 이 분야에 대한 한국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고시킨다.
필요하다면 금융서비스에 대한 특별규정과 정보통신분야에 대한 추가 규정을 요구한다.
⑦
투자 미국의 대 한국 투자자에게 미 국내법 원칙과 관행에 상응하는 권리를 보장하고 각종의 투자장벽을 축소 혹은
제거한다.
⑧ 전자상거래 전자상거래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디지털 상품에
대한 관세적용의 면제 등을 요구한다.
⑨ 정부조달 WTO
'정부조달협정'에 의거, 한국 정부가 발주하는 소규모 공사를 포함한 모든 공사와 관급계약에 미국 기업이 더 많은 기회를 얻도록
한다.
⑩ 투명성·반부패·규제개혁
⑪ 경쟁 한국의 사업관행, 특정 독점기업, 공기업에서의 경쟁제한을
제거한다.
⑫ 무역구제 한국산 제품의 수입증가가 미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 혹은 심각한 피해위협의 실질적 원인이 될 때 관세특혜의 일시적 폐지와 같은 세이프가드 조치를 확보하고, 한국이 문제제기해 온 미국의
반덤핑·상계관세법은 변경하지 않는다.
⑬ 환경 통상과 환경정책이
상호지지할 수 있게끔 한다.
⑭ 노동 한국이 무역 및 투자장려책의
일환으로 노동법상의 보호조치를 약화 및 축소하지 않게끔 보장하도록 한다. 물론 위 환경과 노동조항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의 환경과 노동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⑮ 국가 대 국가의 분쟁해결절차 별도의 분쟁해결절차를
마련한다.
가장 엄격한 신자유주의 요구... 한국 입장이 관철된 가능성은 낮다
다른 조건이 불변이라면
방대한 양에 달하는 위의 각 조항들은 한미FTA를 통해 조문화될 전망이다. 아울러 각 조항이 갖는 경제적 효과와 한국사회 각 부문에 미칠 자세한
영향분석은 당장 여기서 가능하지는 않다.
분명한 것은 미국은 지금까지 자신이 체결한 거의 모든 통상협정 중 가장 엄격하고 '높은
수준의' 신자유주의를 요구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 경제와 사회의 사실상 전부문을 포괄하게 될 이러한 협정이, 명실상부 단군이래 최대규모의
경제통합협정이 한일합방과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신속하게 체결되리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
아울러 각 조항의 협상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이 관철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과거 한미BIT협상 당시 미국의 BIT표준안을 한미협상의 텍스트로 그저 묵수했었던
전례로 볼 때, 그 당시에도 정부 측이 "BIT는 우리가 요구한 것이기 때문에" 불평등협정이 아니라고 강변했던 경험으로 볼 때 그러하다.
이번에도 "우리가 주도적으로 성사시킨 것"이기 때문에 미국에 대해서는 협정을 체결해 '주는' 것 만해도 감지덕지해야 할 노릇이 될 것이다.
또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미국의 협상전략, 치밀한 계획과 준비, '국익'에 대한 명료한 이해, 미의회-업계-미무역대표부사이의
유착에 가까운 공조, 북핵문제를 비롯한 풍부한 압박카드, 탁월한(?) 영어구사능력(!), 이 모든 것에 한국의 협상팀은 정치적으로나 실무적으로나
족탈불급이다.
바둑으로 치자면 초단이 9단에게 4점을 깔아 주고 대국을 시작하는 형국이다. 그래서 미국은 비록 시간에 쫓기는
불리한 처지에서 출발해 이미 협상에서 압도적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2006-3-10)
FTA하면 GDP 상승? 참여정부의 3류소설일 뿐
'지피지기 백전백승'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뒤집어보면 '부지피부지기 백전백패'란 말도 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와
관련된 소위 '참여'정부의 주장을 보노라면, 아전인수가 하늘을 찌른다. 이제 곧 선진조국으로 가는 초특급티켓이라도 구한 것 같다. 하늘에서
GDP 벼락이 떨어질 것 같다. 3류 경제소설도 이 정도면 읽는 사람도 민망하다. 통상이란 것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최소 양자게임이다. 그런데 떡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혼자서 김칫국을 이미 마셔버렸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의문은 '도대체 미국은
왜 FTA를 체결하고자 하는가'로 향한다.
하늘에서 GDP 벼락이라도 떨어질 듯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2일자 미 무역대표부가 대표 명의로 미 상하양원에 송부한 협상개시 통보 서한과 2월 9일자 미의회조사국(CRS)의 한미경제관계 보고서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미국의 법체계상 조약의 비준권과 교섭권은 의회에게 있다. 경우에 따라 이 권한을 매우 까다로운 조건 하에
대통령에게 빌려주는데, 이 때 권한을 실질적으로 집행하는 기구가 미 무역대표부이다. 그래서 협상을 개시하고 종료할 때 대통령 혹은 미 무역대표부
대사가 의회에 이를 통보하고 의회와 협의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다.
통상문제 및 나아가 조약 일반에 관한 한 미의회의 행정부에
대한 권한과 통제는 분명한지라, 미 무역대표부 역시 '의회감독그룹'과의 긴밀한 협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아울러 미의회는 초당적인
'국제무역위원회'라는 행정부와 별개의 심의자문기구를 거느리고, 의회조사국이라는 별도의 초당적인 조사연구기관을 두고 있다.
위 미
무역대표부의 서한과 미 국제무역위의 2001년 한미FTA경제효과 보고서, 그리고 의회조사국의 담당자가 매년 제출하는 한미경제관계 보고서 등은
한미FTA에 대한 미의회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적인 근거자료라고 보면 되겠다.
그래서 위 3가지 정도의 문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이 왜 FTA를 추진하는지, 그 협상전략은 무엇인지 대강의 얼개는 파악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한미
통상협상의 의제를 결정한다"
미국제무역위 2001년 보고서의 줄거리는 이렇다. 한미 공히 GDP나 고용 등에 그렇게 큰
영향은 없지만 적어도 FTA 체결 4년 후면 미국이 대한 무역흑자국으로 된다. 다시 말해 미국에 훨씬 더 큰 실익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이 보고서가 나온 이후 미의회가 한미FTA를 위해 당장 나서지는 않았다. 오히려 '대테러전쟁'에 몰두하였고, 이후
논공행상 차원에서 싱가폴·호주·칠레 등 경제적으로만 보자면 그다지 실익이 없는 FTA와 덩치가 훨씬 큰 전미주FTA(FTAA)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초부터 한국이 미국에 FTA를 먼저 제안했고 그 해 하반기에 당시 미
무역대표부 대표를 통상교섭본부장이 만나서 FTA와 관련한 설명회를 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후 2005년 1월부터 6개월간 '한미FTA사전
실무점검회의'를 한다.
이 대목을 한국정부가 2월 21일 '관계부처합동' 명의로 작성한 '한미FTA추진과 협상전망'이라는 문건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05.7월과 9월 통상교섭본부장이 방미하여 미 의회와 업계를 설득하는 등 우리
측이 적극적인 노력을 전개하여 미국과 FTA 체결을 희망한 25개국 중 최우선적으로 미국과 FTA 협상을 하게 된 것"(강조는
원문).
그런데 이 똑같은 과정을 미국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보도에 따르면 2005년 6월 양국간 검토가 끝난
뒤 무역대표부 대표 로버트 포트만은 "핵심쟁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실제 협상을 개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김현종 통상장관에게 말했다. 이
쟁점에는 한국의 자동차 및 의약품 수입장벽, 미국산 소고기 수입금지 그리고 외국영화상영을 제한하는 스크린쿼터가 포함된다.
미국은
이 4대 분야에 대한 한국의 조치를 정부의 정치적 능력을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간주했다. 이후 "2006년 1월 말, 한국이 4개 부문
모두를 양보한다'는 내용을 제안하였다(미 의회조사국 한미경제관계 보고서, 29쪽). 그 결과는 <한겨레신문>에도
보도됐다.
'관계부처합동' 측은 이를 "한미FTA는 정부가 오랜기간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며 누구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주도적으로 여건을 조성하고 제안해서
성사시킨 것"(강조는 원문)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이는 미국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주도'해서 4대
현안 모두를 내 주었다는 말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면 단순히 미국을 비난하면 될
일이지만, 한국정부가 자발적으로 자국민의 건강과 이해에 직결되는 사안을 외국정부에 '팔아' 넘겼다고 한다면 스스로를 이른바 '사대매국' 정권으로
인정한 꼴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오히려 솔직하다.
"한미간 경제규모와 의존도상의 불균형을 놓고 볼 때,
대개 미국이 한미 통상협상의 의제를 결정한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래 미국의 불만은 한국의 보건복지부, 식약청
그리고 환경부 등 전통적으로 외국 정부나 기업과 거의 접촉이 없는 '국내용' 관계부처를 겨냥하고 있다. 미국의 대한 전략의 한 요소는 이러한
현안에 한국의 내각이 나서게 만들어, 해당부처에 압력을 행사하게끔 하는 것이었다."(위의 글, 16쪽)
쉽게 말해 미국의 통상전략은
몇몇 '촌스러운' 부처가 미국의 요구를 듣지 않을 때 국무회의 전체 안건으로 만든 뒤 해당 부처를 고립시켜 미국의 요구가 관철되게끔 압력을
넣는다는 말이다.
아마 스크린쿼터가 미국의 이런 전략에 말려든 전형적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문화관광부가 진정성을
가지고 쿼터축소에 반대했다 하더라도 이미 국무회의 내에서는 특히 경제부처 연합군의 십자포화 속에서는 '집단이기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미국이 요구한 4대 핵심쟁점은 이렇게 아예 협상테이블에 올라보지도 못한 채 명을 다 하고 만다.
한미동맹 대치구도에 한미FTA 갈등구도... 대회전 될 듯
오래 전 한덕수 재경부장관조차 FTA는 "고도로 정치적"인
사안임을 고백한 바 있다. 그렇다. FTA는 이미 한국사회 전체를 고도로 정치화시키고 있고, 잠복된 정치적 에너지를 매우 빠른 속도로
활성화시키고 있으며, 또한 빠른 속도로 한국사회를 빅뱅 상태로 몰고 갈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발비나 황이라는 미 보수 씽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소속 한국계 네오콘이 가당치 않은 그러나 틀리지도 않은 말을 한 바 있다.
"…국내에서 노무현 정부는 잘 조직된 특수
이익단체들의 격렬한 저항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공적인 목소리를 확보한 반정부적인 시민층으로 이루어진 이러한 취약한 민주주의
상황에서 노 정부는 국내 정치적 압력집단의 변덕에 희생될 것이 아니라 이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이 네오콘은 "한미양국의
지도자들이 협상과정에서 등장하게 될 긴장과 대내적 정치싸움을 관리해 내지 못한다면, 한미동맹은 영원히 손상될 위험이
있다."
"한미FTA협상 결렬=한미동맹 파탄"이라는 괴기스런 대국민협박은 비단 미국 네오콘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부·보수언론·보수학계
도처에서 들을 수 있는 신종 담론이다.
이 신종 담론은 한미동맹을 배후로, 한미FTA를 목표로 내걸면서 네오콘을 포함한
미국-보수기득권층-독점재벌, 그리고 노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신주류 사이에 새로운 동맹의 건설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대중적 반미정서로 인해 지난 10여년간 지위변경을 강요받아온 친미블록을 중심으로 '새로운' 앙시앙 레짐(구체제)의 건설을 시도할 지도
모른다.
물론 이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예컨대 FTA협상 중 원산지 증명과 관련 개성공단 생산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할 것인지 문제와
2007년 12월 대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정권재창출 관련 핵심적인 필요조건으로 보이는 대북 빅딜 등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네오콘이 노무현을 지지할 것인지 지켜볼 대목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신종괴담은 친FTA세력의 히스테리를 반영한다. 실제로
미국으로서 가장 소망스럽지 않은 시나리오는 한국대중이 동아시아의 반미요새가 되고, 한미FTA는 결렬되는 경우가 될 것이다.
따라서
상황이 악화될 때 미국은 자신의 안보이익과 경제실익 그 사이 어딘가에서 모종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FTA를 통해
친미 대역전 드라마를 구상할 지도 모를 한국의 친미블록으로서도 한미동맹 자체가 결정적 타격을 입는 것은 결코 수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올 한해는 기존의 대치선인 한미동맹의 '강화-유지-해체' 구도에다 FTA의 '체결-저지' 구도가 중첩되면서 최근
10년동안 보기 힘들었던 대회전이 예고된 것이 아닌가 한다.
두 개의 방향 사이에서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갈 지는 당연 두 힘의
벡터량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명백한 사실은 FTA에 반대하는 새로운 대중운동의 실력이 한미동맹을 위협할
정도까지 성장하는가가 결정적이라는 점이다.
즉 미국과 노 정권에게 'FTA냐, 동맹이냐'의 선택을 강요할 수준이 되는가, 바로
여기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오마이뉴스 2006-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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