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 사수 1인 시위 정진영

‘왕의 남자’ 정진영이 7일 1인 시위에 나섰다.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가 시위에 나선 이날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스크린쿼터 일수를 73일로 줄인 영화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날씨는 그의 심경을 대변하듯 평소보다 추웠다.

- 국무회의에서 영화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그렇다고 우리의 뜻이 달라지지 않는다. 146일 철야농성, 촛불문화집회 등을 계속하면서 시청각·미디어 분야와 교수·학술단체 공대위, 문화·예술분야 공대위, 농축수산 공대위 등과 범국민 운동본부를 꾸려 한·미 FTA 협정 저지를 위한 투쟁을 벌이겠다”

- ‘왕의 남자’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씁쓰레하다. 정부가 스크린쿼터를 축소시키는 빌미를 준 것 같기 때문이다. 정부에 속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재정경제부는 개봉을 앞두고 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초청 상영을 요청했고, 노무현 대통령이 관람하는 등 겉으로는 관심을 보이면서 속으로는 축소 수순을 밟았다.”

이때 누군가가 레이건처럼 진짜 왕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정진영은 “꿈도 꾼 적이 없다”며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도 벅차다”고 했다. 그는 “정치는 정치인이 해야 한다”면서 “그렇지만 부정적 측면을 고려해 심사숙고해야 된다는 많은 학자·전문가들의 충언을 외면하고 밀어붙이는 노대통령의 의중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숨지었다. “영화인들을 몹쓸 사람으로 매도하고, 한·미 FTA가 아니어도 스크린쿼터는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권태신 차관은 양식이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 스크린쿼터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가 개방된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 영화도 영화지만 방송 개방으로 친미 일색의 뉴스와 미국산 프로그램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마비시킬까봐 걱정된다. 스크린쿼터 투쟁은 방송·미디어를 비롯해 농수산·의료·교육·서비스 개방 등을 막기 위한 전초전과 대리전 성격을 지녔다. 한 발도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한·미 FTA에 국익이 달렸다고 한다.

“그건 정부의 말이다. 무역 역조,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 심화 등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부정론도 거세다. 따라서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끌어낸 뒤에 추진하는 게 옳다. 구체적 자료를 통해 국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밝혀지면 우리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고 반대를 해도 지금처럼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다.”

- 투쟁하면 협정 체결을 저지할 수 있다고 보나.

“효과가 없다고 그만둘 수 없다. 과거 선각자들도 암울한 가운데 독립운동을 계속했다. 우리는 정치인이 아니다. 저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목소리를 높여나가겠다.”

- 수염은 왜 기르나.

“투쟁 효과를 내기 위한 설정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은데 오해다. 다음 작품이 역사드라마 ‘태왕사신기’여서 기르는 것이다.”

지난 1월 3년9개월 간 진행해온 ‘그것이 알고 싶다’도 그만둔 정진영은 이에 대해 “오랫동안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 같아 지난해 여름부터 그만두려고 했다”고 밝혔다. “드라마에 이어 5월부터 지능장애 아들을 둔 통닭집 아버지로 나오는 영화 ‘번트’(가제)에도 출연할 예정”이라며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돼 하루라도 빨리 촬영현장에서 치열하게 연기에 매진하고 싶다”고 기원했다.

(경향신문 / 배장수 기자 200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