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러시아 사이에 금가는 소리

이란核·하마스 문제 등 엇갈린 행보
美 “전략적 동반자 재고해야” 보고서

미국·러시아 관계가 삐걱대고 있다. 2002년 11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 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서로 “전략적 동반자이자 우방”(부시), “친한 친구”(푸틴)라고 부르던 때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양국의 갈등 배경에는 △1월 초 러시아의 대(對)우크라이나 천연가스 중단 △러시아내 민간단체(NGO)에 대한 푸틴의 단속 △이란핵 해법을 둘러싼 이견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목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모스크바 방문 등이 작용한다.

◆ 미 행정부, 러시아 관계 재평가 = 딕 체니 부통령은 지난1월 러시아 전문가들을 초청해 의견을 듣고, 존 네그로폰테 국가정보국장에게 푸틴의 예상되는 행로를 면밀히 예측하도록 지시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스스로 러시아 전문가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2월 말 별도의 러시아 전문가 모임을 소집했다.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는 “러시아는 앞으로 수년간 미국에게 껄끄러운 상대가 될 수 있다(네그로폰테)” “러시아가 민주화에서 후퇴했다(다니엘 프라이드 국무부 유럽담당 차관보)”는 증언이 잇따랐다.

부시 행정부의 이런 분위기는 7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선진공업8개국 정상회담(G8)과도 맞물려 있다. 대표적인 민주·선진공업국들의 모임인 G8회담에서 자칫 서방 정상들이 권위주의적인 푸틴 대통령을 ‘승인’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물론 라이스 국무장관은 2월 중순의 CBS 방송 인터뷰에서 “양국 관계는 아마도 최상의 상태”라고 말했지만, 미 행정부 내에선 G8회담 전에 서방 정상들이 별도로 만나 러시아 민주화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발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 “미·러시아 관계 방향 틀렸다” 보고서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6일 워싱턴 방문을 하루 앞두고, 뉴욕의 싱크탱크인 ‘대외관계협의회(CFR)’는 양국 관계의 방향이 틀렸다는 보고서를 냈다. 요지는 “민주화를 후퇴시키고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는 미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될 수 없으며, 미국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 존 에드워즈 전(前) 상원의원(민주)과 잭 켐프 전 하원의원(공화)이 주도한 이 보고서는 “러시아는 경제적으로는 빠르게 발전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점점 더 전제적(專制的)으로 바뀌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러시아 민주화의 후퇴에 대해 단순한 우려 표명 이상으로 개입할 것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행로가 외국에 의해 결정돼서는 안되지만, 미국과 우방국들은 러시아 민주화 과정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며 2007~2008년에 있을 러시아 총선·대선의 공정성과 자유를 위해 애쓰는 러시아 시민 단체들에 대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 최우석 특파원, 정병선 특파원 2006-3-7)

“군사협력” 손잡는 일본·인도

中 군비증강 견제 포석 軍지도부 교류 정례화

중국의 군비증강에 맞서 미국이 인도와 협력을 강화하자 일본도 발빠르게 인도와의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는 23일로 예정된 프라납 무케르지 인도 국방장관의 방일을 계기로 인도와 군사협력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6일 보도했다.

일본은 인도와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을 추진 중이다. 경제 협력 외에 정치, 군사협력을 강화해 군비증강을 계속하는 중국을 견제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오는 24일 열릴 양국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자위대와 인도군 간부가 참석하는 정기협의회 개최에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産經)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양국 간의 방위교류 외에 미국, 영국, 호주 등이 참가하는 다국 간 군사훈련인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인도의 참가를 요청할 계획이다. 인도는 PSI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하는 문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본은 양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인도의 PSI 조기참여를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인도의 PSI 참가가 실현될 경우, 일본은 인도양에서 합동군사 훈련이 가능해지고, 자원안보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산케이는 전했다.

일본은 지난 1월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이 인도를 방문, 경제·안보문제를 포괄적으로 협의하는 외무장관 간 ‘전략대화’를 신설키로 합의했다. 2월에는 외무·방위 당국 실무자들이 참가하는 안보 협의를 뉴델리에서 개최하는 등 양국 간의 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무케르지 장관은 23일부터 4일간 일본을 방문,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방위청 장관,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 아소 외상 등과 회담할 예정이다.

(조선일보 / 정권현 특파원 200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