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대가뭄 다시 찾아올수도"

현대의 한반도는 비가 많이 내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같은 주장에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1967~8년 극심한 가뭄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그럴 것이다. 하지만 30년만의 가뭄으로 기록되는 1960년대 가뭄 조차 조선시대의 대가뭄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6일 프레스센터에서 수자원의 지속적 확보기술 개발사업단이 주최한 심포지엄 ‘한국 물안보의 현주소-조선말 대가뭄을 고려한 국가 수자원 계획의 재해석’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사업단의 김 승 단장과 서울대 임규호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1966년 이후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연평균 1,400㎜다. 학창시절 공부했던 대로다. 하지만 이 강수량을 조선시대 후기 이후 226년간의 평균치와 비교하면 115%에 달하는 수치다.

승정원 일기에 강수량이 기록된 1777년부터 2003년까지 연평균 강수량은 1,215㎜다. 현대의 우리나라는 비가 많아서 물이 풍족한 편에 속했다는 뜻이다.

더욱이 가뭄이 극심했던 1884년~1910년의 연평균 강수량은 874㎜에 불과하다. 당시 우리나라를 여행했던 영국인 앵거스 해밀턴의 여행기 ‘코리아’를 보면 세인트 피츠버그 기상관측소의 통신원이 이례적인 한국의 가뭄을 분석하기 위해 1887년~1901년 제물포의 강수량 기록을 영국으로 보내기도 했다. 해밀턴은 “도심지 전체가 폐허로 변했다. 관할 관청은 관리기능을 상실했고 생고(生苦)에 시달린 백성들이 폭도로 변했다”고 쓰고 있다.

이러한 장기적인 기후 변화를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의 수자원 계획은 구멍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김 단장은 “우리는 강수의 변동성이 극심한 환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보다 보수적인 수자원 관리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오로지 지표수와 댐에만 의존하는 용수 공급원을 재이용, 담수화, 지하수 등으로 다원화하고 장마 동안 채워질 것을 기대해 댐이 바닥나도록 물을 쓰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 김희원 기자 200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