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학교, "숙제하지 말고 놀아라"

호주에는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주지 않는 학교가 있다.

화제가 되고 있는 이 학교는 빅토리아주 포인트 쿡에 있는 캐런밸락 고등학교로 교장의 결단으로 일체 숙제를 내지 못하도록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금년에 문을 연 캐런밸락 학교의 이 같은 조치는 820명의 학생들에게 집에서 숙제에 매달리는 대신 카드놀이도 하고 정원도 가꾸고 바느질과 빵 굽는 법도 배우며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권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호주 언론들은 설명했다.

이 학교의 피터 키미 교장은 학생들이 집에 돌아가면 자기 방에 틀어박혀 숙제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가족들과 가깝게 어울리면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기술들을 익히고 일반적인 지식들을 터득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학생들을 하루에 30분 이상 집에서 숙제에 매달리게 만드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짓'이라며 학교에서 숙제를 내주게 된다면 오로지 부모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형식적으로만 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들은 숙제가 성적과 직결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숙제와 성적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십중팔구 숙제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아이들을 약하게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호주 가족 협회의 가브리엘 월시 사무국장은 학생들에게 숙제를 주지 않으면 방과 후에 할 일이 없어져 마약이나 범죄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월시 국장은 많은 부모들이 일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더 많은 시간을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보내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인 마이클 카 그렉 박사는 그 같은 우려는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캐런밸락 학교의 조치는 혁신적인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렉 박사는 집안에서 일어나는 가족들 간의 불화가 종종 '숙제는 했니?'라는 말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숙제가 가족들 간의 관계를 크게 저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 고한성 통신원 200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