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년 전 韓·中 ‘허리’ 붙어있었다”

우리나라 태백산분지(태백층군의 세송층)에서 발견된 삼엽충(왼쪽)과 중국 산동성 구샨층에서 발결된 삼엽층(오른쪽)의 모습.

5억년전 한반도는 삼엽충이 지배하던 시기다. 삼엽충은 생물이 살았던 가장 오래된 연대인 캄브리아기의 대표적인 동물로 당시 전 지구의 90% 이상을 덮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최덕근 교수팀은 지난달 24일 충북대에서 열린 한국고생물학회에서 삼엽충에 대한 5편의 논문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한반도의 삼엽충은 일제 시대 일본학자가 주로 연구해왔으나 국내 연구는 거의 없었던 실정.

최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강원도 태백지역에서 발견된 삼엽충들은 1944년 중국 랴오닝성에서 발견됐던 것과 같은 것으로 당시 북중국과 한반도가 붙어있었음을 의미한다. 최교수팀은 또 이들 삼엽충이 ‘슈도콜디니오이디아(Pseudokoldiniodia)’ 라는 과(科)에 속하며 북미 대륙의 것과 다르다는 점을 밝혀냈다.

◇ 삼엽충이란 = 가장 오래된 절지동물. 머리, 가슴, 배의 구분이 뚜렷하며 배쪽에는 촉각과 다리가 달려있다. 몸의 크기는 보통 수㎝이지만 큰 것은 70㎝를 넘기도 한다. 몸통은 2~40개의 마디로 이루어지며 몸을 동그랗게 움츠릴 수 있었다. 꼬리는 반원형 또는 삼각형이다. 삼엽충은 허물 벗기(탈피)에 의해 성장한다.

지금부터 5억3천만년전 캄브리아기 초에 지구에 출현하여 5천만년 동안 지구의 바다를 주름잡았다. 대부분 해저를 기어다니며 살았지만 어떤 종류는 물 속을 떠다니기도 했다.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도 잘 살고 적응력이 높았다. 페름기말에 멸종돼 현세에서는 찾아볼 수 없으며 화석으로만 남아있다. 현 생물종 중에는 투구게와 가장 비슷하다.

◇ 산둥지역과 강원도는 같은 땅덩어리 = 최교수팀은 최근 2~3년 동안 중국 산둥지역과 강원도 지역의 삼엽충을 함께 연구했다. 두 곳에서 발견되는 삼엽충이 거의 같은 모양이며 이들 지역의 특징적인 종류가 많다.

예컨대 태백산분지(태백층군의 세송층)에서 발견된 ‘블랙웰드리아’(Blackwelderia)는 중국 산둥성 구샨층 상부에서 발견됐다. 또 중국에서 발견되는 ‘사이클로로렌젤라’(Cyclolorenzella), ‘드레파누라’(Drepanura) 등도 한반도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전세계적으로 북중국과 강원지방에서만 발견되는 고유종이다. 최교수는 “5억년전 한반도와 북중국이 속한 중한지괴가 곤드리아 대륙에서 약간 분리되어 있었다는 가설이 있는데 삼엽충 화석으로 미루어볼 때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산둥지방 지우룡산 단면에서 사이클로로렌젤라 9종류가 지층 구간에 따라 다르게 산출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이중 6종류는 알이나 애벌레 단계의 화석이었다. 이 화석들을 연구하면 삼엽충의 개체 발생과정과 진화체계를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한반도의 삼엽충은 북미 대륙과 다른 종 = 최교수는 강원도 태백지역과 산둥지역에서 발견되는 삼엽충들이 북미대륙의 ‘미시시코이아(Missisquoia)’와는 다른 모양임을 알아냈다. 미시시코이아는 얼굴이 앞으로 가면서 좁아지는 양상을 보이지만 한반도와 북중국의 삼엽충은 앞으로 가면서 넓어진다.

최교수는 그동안 미시시코이아로 알려진 많은 삼엽충 화석들이 사실은 ‘슈도콜디니오이디아’(Pseudokoldiniodia)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삼엽충이 살던 5억년전에 북미지역은 로렌시아 대륙에 속했고 우리나라가 속한 곤드와나 대륙과는 지리적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던 사실과 일치한다. 최교수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향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할 예정이다. 최교수는 “삼엽충 화석을 자세히 연구하면 당시의 바다 환경이 어떠했으며 한반도가 어떤 환경에 있었는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 이은정 기자 2006-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