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中본토와 통일 포기…천수이볜 독립수순 착수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국가통일강령을 폐지함으로써 2000년 취임 이후 독립으로 가는 첫 수순을 밟았다.

천 총통의 독립 행보는 중국과 미국의 경고가 잇따른 가운데 강행된 것이어서 향후 대만 국내 정국은 물론 양안(兩岸) 간에 격랑이 예상된다. 천 총통은 27일 국가안전보장 고위급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통일위원회의 활동을 중단하고 국가통일강령의 적용을 종식시킨다”고 선언했다. 그는 국가통일위의 예산이 더는 편성되지 않을 것이며 소속 위원들도 원자리로 복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대만의 최고 통일정책기구인 국가통일위와 국시(國是)인 통일강령을 폐지함으로써 사실상 대만 독립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에 돌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 총통은 “이 같은 결정은 주권재민의 민주주의 원칙에 기초한 것이고 중국이 군사 위협을 지속적으로 가하면서 ‘반(反)분열국가법’ 등 비평화적인 방법으로 대만해협의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시도 때문에 취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국가통일위의 활동을 중단한다고 해서 현재의 양안관계를 변화시키려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여 중국과 미국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국가통일위는 1990년 양안관계 발전을 도모하고 중국 통일을 촉진하기 위해 총통부 자문기관으로 설치됐으며 국가통일위는 이듬해 ‘하나의 중국’ 원칙 아래 중국의 대만 정치실체 인정→교류 접촉→통일 협상 등 3단계 통일 방안을 담은 통일강령을 만들었다.

AP 통신은 대만이 독립을 공식화하면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해 온 중국 지도부가 천 총통의 선언에 크게 분노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천 총통의 국가통일위 활동 중단과 통일강령 종식 선언을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즉각 보도하면서 26일 중국 공산당 대만공작판공실과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이 “대만 독립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공동성명을 덧붙였다.

미국도 천 총통의 초강수에 전례 없이 강경하게 경고하면서도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대만 야당인 국민당과 친민당은 천 총통에 대한 탄핵안을 입법원에 상정할 것이라며 전면 투쟁 방침을 천명했으나 천 총통의 독립노선을 지지하는 대만단결연맹은 환영 의사를 밝혔다.

<황유성 특파원, 이 진 기자>

■ 대만 천 총통 ‘통일위-통일강령 종식’ 선언 파장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의 국가통일위원회 및 통일강령 종식 선언으로 양안(兩岸) 관계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앞으로 중국과 미국의 대응이 강경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대만 야당도 천 총통의 탄핵을 추진할 방침을 밝혀 대만의 국내 정국도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칠 전망이다.

▽ 대만의 신(新)양안 독트린 = 천 총통은 27일 오후 국가안전보장 고위급 회의를 열고 국가통일위 및 통일강령 종식 방침을 확정하고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천 총통은 이날 회의 결정을 28일 공식 비준할 예정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는 통일강령 종식 후속대책으로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의사가 없다고 밝힐 경우 현상을 변경하지 않는다’는 ‘신일불(新一不)’이란 명칭의 새 양안 독트린을 천 총통에게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통일강령은 폐지하되 발표는 무기 연기하거나, 2000년 취임식 때 밝힌 독립 불선포, 국호 불변경, 양국론 개헌 불추진, 독립 국민투표 불실시 등 ‘4불(不) 원칙’을 재차 강조하면서 통일강령은 폐지하자는 방안도 논의됐다.

그러나 ‘4불 원칙’의 재강조는 국호와 국기, 국토의 변경을 요구하는 대만 독립세력의 불만을 살 우려가 있다는 점 때문에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가통일위와 통일강령에 대한 ‘철폐’나 ‘폐지’라는 강한 용어 대신 ‘운용 종식’ ‘적용 종식’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중국과 미국을 의식해 충격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대만 국내와 양안 격랑 예고 = 중국 공산당 대만공작판공실과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천 총통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대만 인민의 이익을 걸고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중국은 무력 사용 등 비평화적인 조치 가능성에 관해선 아직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지도부가 지난해 대만 야당 지도자들의 대륙 방문 이후 유연한 태도를 취해 왔으나 앞으로 강경 노선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해 3월 제정된 대만 독립 시 무력 침공을 규정한 반(反)국가분열법의 적용 여부도 주목된다고 이들은 밝혔다.

미국도 앞으로 대만을 압박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과의 경제무역 관계 축소와 유사 시 대만에 대한 군사지원을 명시한 대만관계법의 개정 등이 예상되는 움직임들이다.

미 정부의 한 관리는 “통일강령 폐지 문제는 2300만 대만 국민의 이익뿐 아니라 3억 미국민의 이익과도 관련된 문제”라며 “미국의 정책은 변화하지 않았는데 대만과 미국 간에 틈새가 벌어진다면 이는 대만이 자초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국민당과 친민당, 무소속 등 야권은 이날 천 총통에 대한 탄핵 추진과 함께 100만 명 시위를 통한 전면적인 장외 투쟁을 선언했다.

<황유성 특파원>

(동아일보 2006-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