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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스크린쿼터에 대한 오해

'스크린쿼터 축소'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정부의 축소 방침은 확고해 보인다.
영화계의 반대 입장 또한 확고부동하다.
많은 영화계의 선·후배, 동료들이 거리투쟁을 하고,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대립의 과정에 나는 아직 직접 참여를 하지는 못했지만, 현재의 상황을 볼 때 몇가지 안타까운 심정이 들기도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스크린쿼터'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국영화가 적어도 현재는 할리우드영화를 비롯한 외국영화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현재'는 말이다.
정부쪽 관료들이 반가워할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정작 나는 그들에게 꼭 말하고 싶은 게 있다.
한덕수 부총리를 비롯하여 권태신 제2차관 등 재경부 관료들은 '국익'을 내세워 우리 영화인을 자기욕심만 차리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그런데, 나를 비롯한 우리 영화계도 국익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경제가 힘든 때 국익을 위한 정책을 내어놓는 것은 정부관료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훌륭하시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그 훌륭한 분들이 정책을 내어놓는 방식과 시기, 그리고 내용에 모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영화계와 지속적으로 협의테이블을 갖고 오던 차에 갑작스럽게 스크린쿼터 축소를 일방적으로 발표해 버렸다.
그것도 설 연휴 전날 발표하는 옹졸함, '왕의 남자'가 대박 행진을 할 즈음, 그리고
협상도 하기 전에 미국의 구미를 맞추려고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모습 등…. 국익을 지지하는 나 같은 국민마저 '집단이기주의자'로 매도하는 조급함을 보이고 말았다.
한국영화계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바로 '열린 사고'와 '마음'이었다.
영화인들은 정부, 대기업자본과 늘 협의해 왔고, 한국영화를 통해서 대한민국이 어떻게 세계 속에서 강한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외국인들과 토론하고 실험하며 달려왔다.
정말로 계속 대화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정리해 낼 수는 없었을까? 또 하나, 감정적인 비난이 있다.
값비싼 외제차 타고, 명품옷 입고 다니는 배우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비난이다. 외형적으로는 충분히 그렇게 보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같은 연예인이지만 정말로 멋있어 보이는, 화려한 배우들이 있다.
그러나 그 대단한 스타도 알고 보면 재래시장에서 1천~2천원어치 붕어빵을 사먹는 모습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다.
연예인이 주로 타고 다니는 외제 밴 차량은 어찌 보면 집과 같다.
나의 경우 드라마 미니시리즈를 촬영하면 하루 평균 17시간에서 20시간을, 석달 간 매일 촬영한다.
옷갈아 입기를 하루 평균 10회 이상 한다.
여자 배우는 더욱 심각하다.
몸이 재산인 배우에게 잠시 차에 있는 시간은 안식과도 같다.
그런데 외제차 운운하는 것은 연예인의 속사정은 알 바 아니고,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고,
단지 외형만으로 '너 딱 걸렸어'하는 초등학생 같은
사고가 아닌가 싶다.
나는 한국영화, 한국드라마의 힘을 믿고 싶다.
그중에서도 한국배우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우리 배우를 사랑하는 10대를 믿는다.
지금은. 홍콩영화가 몰락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주윤발,장국영,유덕화 이후 스타를 만들지 못한 것이다.
불과 10여 년 전 우리의 10대들은 홍콩배우의 브로마이드를 하나씩은 갖고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우리 배우, 우리 가수의 사진을 갖고 있다.
그리고 계속해서 스타들이 탄생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스크린쿼터 축소해도 괜찮아'라는 맘도 사실 나에겐 독기와도같이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 영화가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처럼 할리우드영화를 이기지 못하면 우리 아이들의 책상 앞에 놓인
사진은 외국인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홍콩배우의 사진이 한국배우로 바뀔 수 있었던 것은 스크린쿼터가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스크린쿼터가 축소된다면 이젠 사생결단이다.
지금의 기회가 마지막일 수 있기 때문에 영화계가 발벗고 나서는 것이라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일방적인 스크린쿼터 축소는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가져 올 국익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추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고 있다.
한국영화계와 한국경제에도 따듯한 봄이 오기를 기대한다.
(부산일보 2006-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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