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중국은 친구아닌 약탈자"

중국과 아프리카의 경제·정치적 밀착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중국이 아프리카 천연자원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는 데다 저가 상품 공세로 아프리카 산업 기반을 약화시키면서 ‘검은 대륙’에서는 중국을 친구가 아닌 약탈자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프리카 대륙이 중국에 천연자원을 대주는 신식민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보호주의 목소리 = 지난해 1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노동조합회의(COSATU) 행사장에선 조합원들이 붉은색 노조 티셔츠를 찢는 이색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 티셔츠는 중국산으로, 퍼포먼스는 자국의 섬유산업을 황폐시킨 데 항의하는 뜻을 담고 있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서방 국가들이 외면한 아프리카에 적극 진출한 중국 국영기업들은 이제 ‘침략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 전역에서 토종 의류업체들이 속속 문을 닫는 가운데 라고스와 나이지리아는 최근 면허가 없는 중국 무역업자들을 추방했다. 중국 기업들이 자국 인력을 쓰는 점도 아프리카 노동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불법 벌목업자들에게서 목재를 대량 사들이는 중국이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신식민지화 우려 = 중국은 1960∼70년대부터 아프리카에 공들이기 시작했다. 중국은 당시 서방 국가들이 거절한 잠비아∼탄자니아간 1850km의 철로를 수주해 아프리카인의 마음을 샀다. 지난 10년간 아프리카에 진출한 기업은 60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 중국·아프리카 간 교역량은 400억달러에 이르렀고, 2002년 이후 양측 교역량은 매년 30∼50%씩 급증했다. 앙골라의 원유, 짐바브웨의 플라티늄, 잠비아의 구리, 콩고의 원목, 남아공의 광물이 모두 중국 쇼핑 리스트에 올라 있다.

〈그래픽 참조〉

중국은 무역 외에도 군사 지원, 부채 탕감, 학술 교류 등 각종 특혜를 주면서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끈끈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과거 아프리카를 지배했던 유럽 국가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은 것이다. 중국이 아프리카를 신식민지화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토고 등 최빈국의 경우 유럽 원조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는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유럽 식민지 시대를 겪은 아프리카 각국이 서방 국가들보다 중국과의 교류를 선호하므로 아프리카 내 중국의 영향력은 식민지 시대에 버금갈 정도로 급속히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일보 / 이의란 기자 2006-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