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자기가 키운 테러공포에 물리다"

부시, 항만운영권 사태에 정치적 명운 걸려

지난 5년여 동안 미국인들에게 테러 공포를 일깨워온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이 항만운영권을 둘러싼 안보 논란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까지 가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영 '두바이포트월드(DubaiPortWorld)'가 뉴욕, 뉴저지 등 6개항구의 항만 운영권을 가진 영국 'P앤 O(P&O)'사를 인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하려는데 맞서 사상 처음으로 비토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오히려 의회가 비토권을 무력화시키면서 재통과 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아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건 큰 전투를 치러야 할 것 같다.

만일 이번 거래가 의회의 반대로 무산될 경우 미국으로서는 다른 나라에 대해 자본 시장을 개방하라고 설득할 명분도 잃고, 특히 아랍권 차별 논란도 빚어질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사태를 '부시, 자기가 키운 테러 공포에 물리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 딜레이, "비토해도 소용없을 것" = 부시 대통령의 오른팔이라고 까지 불렸던 공화당의 톰 딜레이 전 하원 원내대표는 "부시 대통령이 자신의 결정을 옹호하면 정치적으로 큰 실책이 될 것"이라면서 "비토권을 행사하면 의회가 재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공화당인 린지 그래함(사우스 캐럴라이너) 상원의원은 부시 행정부의 두바이 기업의 인수 허가를 '정치적인 음치'라고 표현했다.

◇ "미국민들 테러 공포 여전" = 조그비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75%는 향후 2년내에 미국에 대한 대규모의 테러 공격을 예견했다. 조그비는 "미국이 지난 2001년 9.11 테러이후 커다란 테러를 겪지 않았음에도 테러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부시 대통령이 2주전 지난 2002년 LA 테러 기도를 좌절시켰다고 발표한 것이 오히려 이번 사태를 아이로니컬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쪽으로는 테러를 얘기하고, 항만은 안전하다고 말하는 등 동시에 두가지를 취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 "부시, 거래 몰랐다" =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사태는 대통령이 다룰 수준까지 이르지 않았었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은 문제의 거래가 합의되고 연방정부의 인가가 내려진 후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매클렐런은 부시 대통령이 수일전에야 이 사안을 보고받았으나 이미 그때는 민주당이 벌써 사태를 눈덩이 처럼 불린 뒤였다.

공화당의 정치고문인 리치 갤런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당의 내분은 부시 대통령에게 정치적인 부담을 안겨주고 민주당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막을 수 있었던 기회를 내주었다"면서 "이번 논란은 백악관이 국민적 관심사에 관해 멀리 볼 능력을 갖지 못했음을 드러낸 또 다른 예"라고 말했다.

◇ "거래 실패시 미국은 위선자로 몰려" = 국제경제연구소(IIE)의 게리 허브바우어 연구원은 만일 의회의 반대로 이번 거래가 무산될 경우 "미국은 위선자로 보일 것"이라며 "아무 증거도 없이 두바이 기업이 알 카에다의 한 전선이 돼버리면 이는 미국내 다소 민감한 자산을 인수하길 원하는 다른 외국 기업들도 비슷한 처지에 놓일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존 스노 재무장관은 거래 봉쇄는 '특정 지역'의 투자는 미국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 박노황 특파원 2006-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