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시작도 전에 車·스크린쿼터 등 양보

정부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미국 측에 스크린쿼터와 쇠고기ㆍ자동차ㆍ의약품 등 4개 분야의 시장개방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는 미국이 양국간 FTA 체결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양국간 통상현안으로 제기된 이들 4개 분야의 시장개방을 전격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가 아니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국익과 직결된 예민한 분야의 시장개방을 수용함에 따라 앞으로 우리 측의 FTA 협상력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서울경제와 뉴욕 한국일보가 공동 입수한 미 연방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지난해 6월 미 무역대표부(USTR)가 통상현안 해결 전에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자 지난 1월 말 이들 4개 분야에 대한 양보 의사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 이에 앞서 2004년 초 한국 정부가 처음으로 한미 FTA 체결 의견을 제시했으나 부시 행정부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 관계-FTA를 위한 협력ㆍ마찰ㆍ전망’이라는 제목으로 이달 초 미 의회에 제출된 이 보고서에서 미국 관리들은 자동차ㆍ의약품ㆍ쇠고기와 외국영화 상영을 제한하는 스크린쿼터에 대한 조치를 한국 정부의 협상타결 능력을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Litmus Test)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특히 한국 정부와 달리 양국간 FTA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정부가 북한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을 한국산으로 간주해 부분관세 철폐 대우를 받으려고 하는 게 협상 결렬의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내년 6월 말로 미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이 종료되고 이 기간 동안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미 의회가 개별 항목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에 양국간 FTA 체결 자체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경제 / 서정명 특파원 2006-2-22) 

"FTA는 농업도 포함 한국정부에 분명히 했다"

롭 포트먼(사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농업을 비롯해 모든 분야를 포괄해야 한다는 점을 처음부터 한국 정부 측에 분명히 해뒀다”고 밝혔다.

20일(현지시간) USTR에 따르면 포트먼 대표는 지난 16일 미 농무부가 주관한 한 토론회 연설에서 “미국은 대외통상 협상에서 양자와 다자를 불문하고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를 최일선에 놓고 있다”며 “한국의 농산물 시장 장벽이 높지만 미국의 농산품 수출이 매년 2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한국의 농산물 시장은 크다”고 강조했다.

포트먼 대표는 이에 앞서 15일 미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서도 “FTA에 농업 분야도 포함한다는 사실을 한국이 인정하지 않고 이해하지 않았다면 협상을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리처드 크라우더 농업협상 수석대표가 한국과의 FTA 협상에 매우 깊숙이 관여할 것”이라며 “크라우더 대표가 최근 한미 FTA는 쌀을 비롯해 농업 분야도 포괄해야 한다고 말한 게 한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청문회에서 월리 허거(공화ㆍ캘리포니아) 의원은 “캘리포니아 지역 최대 관심은 농산물의 세계시장 접근"이라며 쌀시장 개방 문제를 다루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박홍수 농림부 장관 등 우리 측 관계자들은 “쌀은 반드시 협상 예외 품목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어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가 핫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다.

(서울경제 / 송영규 기자 2006-2-22) 

"美 압력에 굴복…퍼주기" 의혹

정부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출범을 위해 스크린쿼터 축소, 쇠고기 시장 재개방 등 미국의 4대 요구조건을 미리 들어준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퍼주기를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협상 시작도 전에 무장을 해제함에 따라 향후 미국과의 FTA 협상이 상당 부분 험난한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굴욕 FTA’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때문에 정부가 지금이라도 한미 FTA 협상과 관련된 전반적인 마스터플랜을 보다 촘촘하게 짠 뒤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6일 대외경제위원회에서 “한미 FTA는 우리의 자존심이 걸린 일로 압력 같은 것은 없었다”며 “우리가 주도적으로 여건을 조성하고 제안해서 성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지가 입수한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를 보면 한국정부가 양국간 FTA 체결이 시기상조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인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들 4개 분야에 대한 시장개방 양보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노 대통령의 “주도적으로 여건을 조성하고 제안했다”고 한 것은 미국이 FTA 협상 전 한국이 해결해야 할 사항으로 강조한 4가지를 들어줬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전후 사정을 따져보면 ‘주도적 여건 조성’이라기보다는 ‘줄기찬 압력에 손을 들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미국은 지난 99년 이후 지속적으로 우리 정부에 스크린쿼터 축소를 요구하며 압력을 가해왔다. 또 2003년 말 광우병 파동으로 수입이 금지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를 강력히 요구했으며 미국산 자동차의 수출확대를 위해 올해부터 적용될 예정이던 배기가스 배출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전방위 공세를 가해왔다. 아울러 미국 기업의 시장확대를 위해 국내 의약품 가격의 산정 제도와 방식을 투명화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압박해왔다.

한국과의 FTA 추진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미국은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이들 4대 과제를 한국정부가 한꺼번에 해결하겠다고 나서자 FTA 협상을 출범하는 데 합의해준 것이다.

미국 측의 4대 요구사항은 하나하나가 국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어서 그동안 우리 정부도 장고를 거듭하며 이를 미뤄왔다. 하지만 이를 FTA 협상 전 일괄 타결해줌에 따라 향후 우리 협상단의 운신의 폭은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국책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필요로 했던 주요 통상 문제를 먼저 해결해준 상황이어서 향후 협상에서 우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쓸 카드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때마침 미 의회의 2007회계연도 예산안 심의가 시작되면서 통상 관련 각 상임위원회에서 한국과 FTA 협정에 포함시켜야 할 내용들에 대한 미 의원들의 주문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앞에 예를 든 사례처럼 쌀시장 개방,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기존의 관세ㆍ비관세 장벽 철폐는 물론 미래의 새로운 비관세 장벽 도입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 뼈 없는 쇠고기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쇠고기 시장 개방 목표는 기본이고 “한국에서 담배광고 제한 때 미국과 사전 협의하도록 해야 한다” “환율조작도 문제다” 등등 그 사례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정부는 선진 통상국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FTA가 절실하다고 본 반면 국내 영화산업의 성장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장기화 등을 감안할 때 스크린쿼터 축소나 쇠고기 시장 재개방 결정은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여론 수렴이 여전히 미흡하고 각 이해단체들의 준비작업도 소홀한 측면이 있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총체적인 역량을 동원하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경제 / 손철 기자 2006-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