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는 ‘엉터리정보’ 공장

틀린 보고서들 기밀로 분류해 감추기 급급

‘중국의 한국전쟁 개입은 가능성 낮음.’ 세계 최고의 정보력을 자랑한다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1950년 10월 12일 작성한 보고서다. 하지만 2주 뒤 중국의 인민해방군 30만명은 압록강을 건넜다.

또 이라크 침공의 결정적 명분이 됐던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CIA 보고서는 종전(終戰) 후 틀린 것으로 판명됐다. 올해 1월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무장단체 하마스가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던 지난달 CIA 예측도 역시 하마스의 압승(壓勝)으로 빗나갔다.

CIA가 그동안 내놓은 엉터리 보고서들을 숨기고 싶은 것일까. 중국의 한국전쟁 개입 가능성을 오판(誤判)한 1950년 보고서가 어느 날 갑자기 미 국립문서보관소에서 사라졌다. 이런 식으로 사라진 문서가 총 5만5000여 쪽 분량에 달한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21일 보도했다.

이 문서들은 오래 전 CIA 등 정부기관들이 작성했던 것으로 세월이 지나 기밀이 해제됐던 것. 그러나 역사학자 매튜 에이드는 “1999년부터 정보기관들의 요구로 일부 문서들이 은밀히 기밀문건으로 재분류돼 일반의 눈에서 사라졌다”고 폭로했다.

에이드는 작년 12월 국립문서보관소에 갔다가 몇 년 전 복사까지 해뒀던 문서 수십 건이 공개 서고에서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주로 한국전쟁과 냉전 초반기에 관한 국무부의 수십년 전 보고서들이었다. 다른 역사학자들도 “고성능 폭탄 사용법과 같은 위험한 문서들은 공개하는 마당에, 국가 안보에 아무런 해(害)도 되지 않을 문서들을 감춘다” “정부 간행물로 외부에 출간까지 된 문서까지 기밀문서로 재분류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지침에 따르면, 미 정부문서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작성한 지 25년이 지나면 기밀에서 해제된다.

이런 재분류 작업은 1995년 기밀해제 법안이 발효된 이후 CIA 등 6개 정부기관들이 “민감한 정보들이 너무 성급히 해제됐다”며 문제를 제기해 1999년부터 이뤄졌으며,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과 2001년 9·11 테러 이후 가속화하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조선일보 / 이용수 기자 2006-2-22)